文學,藝術/전시·공연 386

[김윤덕이 만난 사람] 죽음의 문턱서 시작된 ‘항해’… “전쟁서 아들 잃은 어머니들 찍고 싶다”

조선일보 2023. 12. 18. 03:05 40년 사진 인생 회고전 여는 한국현대사진 거장 구본창 어쩌면 ‘항해’의 시작은 그해 여름, 제주 바다였는지도 모른다. 모국의 공기는 폐쇄적이었고, 강렬한 햇빛은 숨통을 조여왔다. 돈도 없고, 친구도 없었다. 저물녘. 바다를 헤엄치다 뭍으로 올라오던 소년이 그를 구원했다. 양팔로 대지를 딛고 솟구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구본창은 “40년 전 꼬마의 모습에서 맨몸으로 미지의 땅에 들어서는 날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년 3월까지 한국 현대 사진의 거장 ‘구본창의 항해’전을 연다. -왜 ‘항해’인가. “1972년에 찍은 ‘자화상’이 있다. 남해에 놀러 갔다가 먼바다를 응시하는 내 뒷모습을 찍은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동경이..

한국 추상미술의 계보… 단색화 이전에 이들이 있었다

조선일보 2023. 12. 15. 03:03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展 점·선·면의 단순한 형태를 강조하는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서구에선 몬드리안, 칸딘스키 등 20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경향으로 각광받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앵포르멜과 단색화에 밀려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1920년대 경성에 상륙해 1960~70년대에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를 작가 47인의 작품 150여 점을 통해 재조명한다. 전시는 특히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건축, 디자인 등과 교류하며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온 것에 주목한다. 독일 바우하우스를 모델로 해 1957년 한국 최초로 결성된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연합 그룹 ‘신조..

[C컷] 암각화는 고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사진

조선일보 2023. 12. 9. 08:02 수정 2023. 12. 9. 10:00 창작의 순간 22. 강운구의 암각화 사진전 ‘암각화가 어디 보여?’ 암각화를 보러 울주군 반구대를 가보면 실망부터 한다. 사진으로는 바위에 새긴 고래와 동물들이 또렷이 보이지만 막상 현장에 바위 앞에선 그림을 찾기 어렵다. 사실 신석기시대 그림이 희미한 건 당연하다. 그래도 암각화를 보고 싶다면 햇빛이 비스듬히 비추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강운구 사진가는 최근 전시 중인 자신의 암각화 사진전에서 암각화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알려주었다. “기운 햇살은 색 온도가 낮아 붉은색이 두드러진다. 카메라 화이트밸런스를 데이라이트에 맞추고 암각화를 그늘에서 찍으면 청회색으로, 햇빛에서 찍으면 붉은색을 띤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고..

반구대 암각화 고래는 왜 하늘을 향해 있을까… 해답 찾으려 세계 8國 30곳 암각화 찾은 사진가

조선일보 2023. 11. 25. 03:04 다큐 사진 개척자 강운구, 50년간 탐구한 150점 전시 ‘고래가 왜 하늘을 향해 서 있을까?’ 사진가 강운구(82)는 50년 전 신문에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래는 수평으로 유유히 헤엄쳐야 정상인데, 사진 속 암각화엔 세로로 서 있는 고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궁금했지만 누구도 묻지 않았고 답을 찾을 수 없어 스스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답사에 나선 그는 약 3년간 반구대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국과 러시아, 중국, 몽골까지 암각화가 있는 8국 30여 곳을 돌며 카메라에 담았다. “파미르고원, 톈산산맥, 알타이산맥에 걸쳐 있는 암각화를 답사하면서 500..

"옷 다 벗으세요" '나체주의자'들이 몰려간 스페인 박물관

파이낸셜뉴스 2023. 11. 1. 05:00 이른바 '나체주의자'들을 위한 전시회가 스페인의 한 박물관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10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카탈루냐고고학박물관에서 나체주의자들을 위해 옷을 벗은 채 작품을 관람하는 특별한 투어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어는 자연주의 클럽과 공동으로 90분간 열렸다. 방문객들은 카탈루냐고고학박물관에서 알몸으로 ‘리아체 청동상 사진전’을 관람했다. CNN에 따르면 전시를 안내하는 가이드 역시 나체 상대로 작품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설명했다. 가이드 에드가 메스트레는 “전형적인 가이드 투어에서 벗어나 좀 더 다채로운 방문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작품을 보러온 관람객들은 그들이 보고 있는 작품과 똑같..

[현장EN:]솟구치자 물이 흩날렸다…태양의서커스 '루치아'

CBS노컷뉴스 2023. 10. 25. 06:42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탐서 10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그룹 태양의서커스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곡예에 멕시코 자연과 문화, 물을 접목한 태양의서커스 '루치아'(LUZIA)가 오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한다. '루치아'는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를 뜻하는 단어를 합성했다. '루치아'는 낙하산을 타고 온 여행자가 현실과 상상 속 멕시코로 여정을 떠난다. 특히 공연에 물을 사용하는 것은 2016년 초연 이후 최초다. 공연 기간 1만 리터의 물을 여과·소독하고 재활용한다. 1984년 캐니다 퀘벡에서 시작된 태양의서커스는 90개국, 14..

1만ℓ 물·와이어 곡예…화려한 비주얼로 압도하는 가을공연들

연합뉴스 2023. 10. 21. 07:30 '루치아'·'푸에르자 부르타' 등 시각적 요소 강조 물을 활용한 서커스, 공연장 사방을 덮는 조명과 꽃가루 등 관객을 압도하는 비주얼의 공연들이 잇달아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21일 공연계에 따르면 올가을에는 '루치아',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등 시각적 요소를 강조한 작품들이 개막한다. 오는 2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개막하는 '태양의서커스 루치아'(LUZIA)는 멕시코의 문화와 자연, 신화를 모티브로 곡예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낙하산을 타고 온 여행자가 멕시코의 바다와 영화 스튜디오 등 곳곳을 모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루치아'는 사전 예매율이 높아 개막 전부터 9만석 이상의 좌석을 판매할 정도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

[C컷] 77세에 남극, 81세에 북극을 가보니

조선일보 2023. 10. 14. 08:00 수정 2023. 10. 14. 15:08 세상이 모두 하얀 곳에 붉은 점처럼 작은 집 하나, 이곳은 남극이다. 이 사진을 찍은 조성환(82) 사진가는 남극과 북극을 각각 77세와 81세에 다녀왔다. 극지방을 가서 찍었던 사진들로 현재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극지의 땅과 하늘과 바다’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장은 남극과 북극 사진이 구분 없이 걸려 있었지만, 사진가는 “아직 눈이 많은 것이 남극, 다 녹은 얼음이 물에 뜬 게 북극”이라고 쉽게 알려줬다. 조 씨는 남극과 북극을 찍기 위해 탐험선을 타고 다녀왔다. 남극은 2018년 11월에, 북극은 2022년 8월에 각각 20일씩 다녀왔다. 모두 여름에 다녀왔는데 11월은 남극에서 여름으로 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