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72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16.09.03 00:01 김형경/소설가 신혼인 그녀는 퇴근한 남편에게 점심 식사 메뉴를 묻곤 했다. 영양이 안배된 식탁을 차려주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대체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중에는 생각해보는 기색도 없이 “몰라”라고 잘라 말했다. 신혼의 그녀는 친구였..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유산 분쟁에 임하는 ,남자들의 속마음

[중앙일보] 입력 2016.08.13 00:01 김형경/소설가 장남인 그 중년 남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동생 넷을 불러 모았다. 부모님이 남긴 재산을 낱낱이 공개한 후 그것을 5분의 1씩 균등히 분배했다. 출생 순서나 동생 각각의 경제 사정은 고려 대상에 넣지 않았다. 지인으로부터 그의 오빠의 유산..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상반되는 두 감정 사이에서 그네 타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16.08.06 00:13 김형경/소설가 여자들의 비밀. 화려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여자의 거처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지저분한 경우가 많다. 여성성을 경멸하듯 보이시한 옷차림을 하는 여자의 방이 핑크빛 소품과 인형들로 치장되어 있기도 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털털한 여..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승리의 역사 뒤편에 존재하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16.07.30 00:01 김형경/소설가 시간 뒤편에 수납돼 있던 기억이 살아나 심장을 치는 순간이 있다. 며칠 전 동년배 남성이 식사 도중 1970년대 후반의 경험을 화제에 올렸다. 대학 재학 중 반정부 활동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되고 끌려가 안대와 재갈을 물린 채 두드려 맞았다. ..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열심히 살수록 인생이 망가지는 남자

중앙일보 2016.07.23. 00:05 습작기에 읽은 소설 중 저자도 제목도 잊었지만 주인공 캐릭터만은 생생히 기억하는 작품이 있다. 그 인물은 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전망을 품고 있었다. 동업자나 연인을 만날 때도, 이직이나 이사할 때도 근거 없는 낙관적 비전..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나는 황야에서 죽을 것이다” 말하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16.07.16 00:01 김형경/소설가 그는 노년의 아버지를 목욕탕에 모시고 가 등을 밀어 드렸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아버지 몸은 거짓말처럼 작아서 성장기에 두려워했던 그 사람이 맞는가 싶었다. 목욕 후 냉면을 사 드리고 당신의 단칸방에 모셔다 드렸다. 수십 년을 다른 여..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음식과의 관계가 편안하지 않은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16.07.09 00:01 김형경/소설가 “음식과 섹스는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남성들이 여자 없는 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란 음식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해서 섹스에 대한 것으로 끝난다. 나는 감히 여성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미국 칼럼니스트 마크 쿨란스키의 『음식사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