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2>이러고 있는 이러고 있는 ―김경미(1959∼) 비가 자운영꽃을 알아보게 한 날이다 젖은 머리칼이 뜨거운 이마를 알아보게 한 날이다 지나가던 유치원 꼬마가 엄마한테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엄마, 그런다 염소처럼 풀쩍 놀라서 나는 늘 이러고 있는데 이게 아닌데 하는 밤마다 흰 소금염전처럼 잠..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9.02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1>견딜 수 없네 견딜 수 없네 ―정현종(1939∼)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9.01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60>치매 걸린 시어머니 치매 걸린 시어머니 ―진효임(1943∼)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 명주 베 보름새를 뚝딱 해치우시던 솜씨 좋은 시어머니가 팔십 넘어 치매가 왔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 방 벽에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소변도 못 가리시면서 기저귀를 마다..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8.31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9>이빨들의 춤 이빨들의 춤 ―이수명(1965∼) 집에 돌아오면 늘 이가 빠졌다. 그는 빠진 이빨들을 화장실 물컵에 넣어 두고는 거울을 보며 텅 빈 입으로 웃었다. 아침이면 그것들을 하나씩 차례로 끼고 외출을 했다. 어느 날인가 몹시 피곤하여 돌아온 날 밤 그는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을 깼..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8.30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6>해수찜 해수찜 ―노향림 (1942∼) 이따금 바다 갈매기들이 하얗게 똥을 떨어뜨린다. 그 똥이 훤히 올려다보이는 유리 천장 아래 상체를 내놓은 반라(半裸)의 여자들이 모여 찜질을 한다. 유황 성분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해수탕 질기고 비루한 일상을 벗어버리겠다고 바닥에 오체투지 하듯이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8.27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5>차가운 사랑 차가운 사랑 ―정세훈(1955∼) 차가운 사랑이 먼 숲을 뜨겁게 달굽니다 어미 곰이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 새끼를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에 왔습니다 어린 새끼 산딸기를 따먹느라 어미를 잊었습니다 그 틈을 타 어미 곰 몰래 새끼 곁을 떠납니다 어미가 떠난 곳에 새끼 혼자 살아..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8.26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54>그림자 미술관 그림자 미술관 ―홍일표(1958∼) 먼 기억처럼 바삭 마른 그림자 살살 긁어보면 피가 배어 나오기도 하는 아직 고양이 울음소리가 가느다란 잎맥으로 남아 있는 200년 전 그림 속으로 들어간 나비와 고양이가 그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저것은 어제 본 나비, 어제 본 고양이 일렁이는 그림자..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