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1>나의 연봉 나의 연봉 ―김요아킴(1969∼) 세상의 모든 가치는 몸이다 월요일 새벽 출근을 서두르는 신문 가판대로 비싼 몸을 보았다 FA 시장에 나온 거물급의 한 타자 프로가 뭔지를 보여 주는 값을 1면으로 채웠다 땀으로 퇴적된 실력은 범접조차 힘든 연봉으로 관중들을 불러 모으고 아쉽게 어제 경..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0.10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0>지우개 지우개 ―김경후 (1971∼ ) 1 자정의 책상엔 지우개 또는 얼룩진 종이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운다 한때 사람들은 빵 조각으로 글씨를 지웠지 빵이 아니라 망각을 달라 2 지우개, 외딴 성당의 고해소 그것에겐 흙바닥에 떨어진 미사보 끊어진 장미 묵주 냄새가 난다 어둡게 피 흘리는 기억들 내..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0.09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9>아침 아침 ―이상(1910∼1937) 캄캄한 공기(空氣)를 마시면 폐(肺)에 해(害)롭다. 폐벽(肺壁)에 끌음이 앉는다. 밤새도록 나는 몸살을 앓는다. 밤은 참 많기도 하더라. 실어내가기도 하고 실어들여오기도 하고 하다가 잊어버리고 새벽이 된다. 폐(肺)에도 아침이 켜진다. 밤사이에 무엇이 없어졌나 ..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0.08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8>발의 고향 발의 고향 ―최문자 (1943∼) 내가 나라는 때가 있었죠 이렇게 무거운 발도 그때는 맨발이었죠 오그린 발톱이 없었죠 그때는 이파리 다 따 버리고 맨발로 걸었죠 그때는 죽은 돌을 보고 짖어 대는 헐벗은 개 한 마리가 아니었죠 누구 대신 불쑥 죽어 보면서 정말 살아 있었죠 그때는 그때는..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0.05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7>모과꽃잎 화문석 모과꽃잎 화문석 ―공광규(1960∼) 대밭 그림자가 비질하는 깨끗한 마당에 바람이 연분홍 모과꽃잎 화문석을 짜고 있다 가는귀먹은 친구 홀어머니가 쑥차를 내오는데 손톱에 다정이 쑥물 들어 마음도 화문석이다 당산나무 가지를 두드려대는 딱따구리 소리와 꾀꼬리 휘파람 소리가 화문..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0.04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6>뱀이 된 아버지 뱀이 된 아버지 ―박연준(1980∼) 아버지를 병원에 걸어놓고 나왔다 얼굴이 간지럽다 아버지는 빨간 핏방울을 입술에 묻히고 바닥에 스민 듯 잠을 자다 개처럼 질질 끌려 이송되었다 반항도 안 하고 아버지는 나를 잠깐 보더니 처제, 하고 불렀다 아버지는 연지를 바르고 시집가는 계집애..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10.01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4>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빈센트 밀레이(1892∼1950) 활짝 편 손에 담긴 사랑, 그것밖에 없습니다. 보석 장식도 없고, 숨기지도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랑. 누군가 모자 가득 앵초 꽃을 담아 당신에게 불쑥 내밀듯이, 아니면 치마 가득 사과를 담아 주듯이 나는 당신에게 그런 사랑을 드립니..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9.30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83>매의 눈 매의 눈 ―이학성 (1961∼) 언제부턴가 내 눈에 매가 들어와 있다 그것은 내 눈동자 속에서 사납게 이글거린다 하는 수 없이 난 매의 눈으로 세상을 쏘아본다 그러니 다들 내 눈을 피한다 그럴수록 내 눈은 세상 구석구석을 매섭게 찌른다 차갑고 날카로운 매의 눈, 난 그런 눈 따위 바란 적.. 文學,藝術/詩와 文學 201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