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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학엔 제자 안 돌보겠다니 .. 전교조, 스승 자격 있나

바람아님 2016. 1. 1. 00:32
중앙일보 2015-12-31

스승의 제자 사랑과 책무에는 끝이 없다. 잘 가르쳐야 하고 방과 후에는 학생 지도와 각종 행정 업무·잡무도 처리해야 한다. 업무량이 과도해 교사들이 피곤해지면 학생 지도에 애로가 생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원단체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교사들의 고충을 반영하려는 이유다. 그런데 엊그제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서울지부가 맺은 단협은 이런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

 양측은 17차례 교섭을 거쳐 3년6개월 만에 신중히 합의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교원의 기본 책무를 망각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 대표적인 조항이 방학과 재량 휴업일의 당직 근무조 운영 폐지다. 초·중·고교는 방학 중 교사들끼리 순번을 정해 한두 번씩 유급 당직 근무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교조 교사가 빠지면 그만큼 동료 부담이 커진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당직은 교사의 의무가 아니다”고 주장했고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였다. 방학 중에도 방과후 교실 등을 찾는 학생이 많아 안전관리는 중요하다. 전국 11만6527건(2014년)의 학교 안전사고 중 상당수가 관리가 허술한 방학과 휴일에 발생한 사실을 잊었는가.


 ‘방학 중 당직 면제’는 교육부가 부당한 사무 처리로 규정해 금지해 온 사안이다. 지난 7월에도 전북·충북 등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당직 폐지를 시도했지만 교육부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서울 지역에서 이런 사안을 단협에 넣은 것은 조희연 교육감의 책임이 크다. 새해 1월 21일로 예정된 전교조의 법외노조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뒤 논의하겠다더니 전교조가 압박하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 교육감 또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자중해야 할 그가 전교조와 가깝다고 손을 들어주면 그 피해는 누가 보겠는가.


 물론 교사들의 복지와 처우는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두 달 반의 방학 중 며칠 당직 근무를 하는 게 그리 고단한 일이란 말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스승의 존재 이유는 제자에 있다. 전교조와 조 교육감은 ‘이념 합방’에 집착하지 말고 진정한 사도(師道)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