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仙)으로 일컫는 시인 이태백은 빠른 세월에 대해 ‘봄밤 도리원연회(春夜宴桃李園序)’에서 이렇게 읊었다. “세상은 모든 만물이 잠깐 머무르다 가는 숙소요, 세월은 그 천지 사이를 잠시 묵고 가는 나그네다.(夫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 영원한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이백도 현실적 고뇌를 어찌 할 수 없었는지 “나를 버리고 간 지난 세월은 머물러 있게 할 수 없고,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현재의 세월은 번민과 근심이 많도다.(棄我去者 昨日之日不可留 亂我心者 今日之日多煩憂)”라고 아픔을 노래했다.
사실 나이 들어가는 시간을 누가 어찌 피할 수 있으랴. 제대로 몇 날 살아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벌써 장년이고, 어느새 귀밑머리 희어진 세월은 육십의 재를 넘어 칠순, 팔순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늘조차 편한 마음으로 묵시해 보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공자 같은 대성인도 어느 날 강가에 서서 도도히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고 이렇게 탄식했다.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은 것인가, 밤낮으로 멈출 때가 없구나!(逝者如斯夫 不舍晝夜)” 무심히 흘러만 가는 무상한 세월의 회한을 토로했다.
하지만 세월을 탓하고 감상(感傷)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젊은이라도 꿈과 소망이 없으면 병(病)의 시간이고, 늙은이라도 꿈과 소망이 있다면 생(生)의 시간이다. 물론 동적인 열정만이 큰 힘은 아니다. “눈 내리는 소리를 들어 보았느냐?”고 묻는 시인이 관조하는 ‘고요의 힘’도 느껴 보자. 삶의 성숙을 기할 수 있으리라.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不 아니 불, 舍 쉴 사, 晝 낮 주, 夜 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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