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丙申年의 행복

바람아님 2016. 1. 1. 23:03

(출처-조선일보 2016.01.01 김태익 논설위원)

'旦(단)'이라는 한자를 대하면 꼭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 모양이다

그래서 1년의 첫 해가 뜨는 날을 원단(元旦)이라고 하나 보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빨갛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소원을 빈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바람은 제각각이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똑같다. 행복이다.


▶행복은 손에 잡힐 듯하다 빠져나가는 바람 같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까? 권력을 잡으면? 

중국에 이런 우화가 전한다. 지옥에 간 사내가 염라대왕 앞에 섰다. 

그는 소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살려줘도 이승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고관 아들로 태어나 몇만평 땅과 황금과 예쁜 아내와 백 살까지 살며 잘난 자식들을 두고….

그러자 염라대왕이 말한다. 

"이 사람아, 그러면 내가 다시 태어나지." 

미망(迷妄)에서 못 깨어나기는 지옥에 떨어진 사내나 염라대왕이나 오십보백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도스토옙스키가 한 말이 있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모두 행복하다." 

그는 한때 도박으로 빈털터리가 됐고 시베리아로 유배 갈 만큼 불행했다. 

그는 어떤 역경에도 행복은 있게 마련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걸 발견할 줄 아느냐다. 

링컨은 "사람은 자신이 행복해지겠다고 결심한 딱 그만큼만 행복해진다"고 맞장구친다. 

여기서 행복은 그렇게 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청나라 문인 김성탄은 행복할 자격이 있었던 사람 같다. 

그가 읊은 '내가 행복한 때 서른 세 가지'에 이런 것들이 있다. 

겨울 밤 술을 마시다 창 밖을 내다보니 함박눈이 펄펄 내릴 때, 

받아낼 가망이 전혀 없는 차용증서를 불태워 버릴 때, 

누군가 날리던 연(鳶) 줄이 끊어져 연이 날아가는 것을 볼 때…. 

이렇게 행복의 주관적 조건만 얘기하다 보면 제 할 일 못 하고 세금만 축내는 정치인들이 

'휴~' 하고 안도의 숨을 쉴지 모르겠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일자리 없어 자기가 물고 나온 숟가락을 한탄하고 태어난 나라를 원망하는 세상에선 

아무리 마음가짐을 다져도 행복해질 수 없다. 

새로운 1년  이 시작한다. 

올해는 366일, 8784시간. "당신이 분노하는 1분 동안 당신은 60초의 행복을 잃어 버리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미국에서 1960년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의 행복도(度)를 조사했다. 

졸업 앨범 사진에서 활짝 웃던 여성들은 40년이 지나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미간의 주름보다 입가의 미소가 많아지는 한 해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