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 영토 확장
올겨울 유행하고 있는 '페이크 퍼(fake fur)'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우리말로는 인조 모피라는 뜻인데요,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자는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모피의
대안으로 등장했죠. 시대를 막론하고 모피는 부와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명품으로 인기를 끌어왔어요.
오늘은 모피를 찾아 시베리아 벌판으로 달려든 나라,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죠.
16세기 서유럽 사람들의 일상은 이전보다 풍요로워졌어요.
16세기 서유럽 사람들의 일상은 이전보다 풍요로워졌어요.
새로운 항로를 따라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하면서 큰돈을 번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죠.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었어요. 사치에 빠진 귀부인의 욕망을 달래주기 위해 모피로 만든 모자와 목도리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죠.
그러니 러시아에서 생산된 최상급 검은담비나 비버, 은여우, 다람쥐로 만든 모피는 부르는 게 값이었지요.
- ▲ 러시아가 시베리아로 영토 확장을 끝낸 17세기 당시 공동 황제였던 이반 5세(앞줄 왼쪽에서 셋째 황금색 모피 입은 이)와 표트르 대제(앞줄 왼쪽에서 넷째)가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이반 5세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앞줄 오른쪽에서 둘째)도 발끝까지 내려오는 두꺼운 모피를 입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개척하려고 해도 얼어붙은 바다에서는 항해술이 아무 소용 없었죠. 다만 푸른 침엽수림 속에 사는 모피 동물들이 러시아의
대표적인 자원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잘 팔리다 보니, 러시아의 모피는 곧 동나고 말았어요.
새로운 모피 생산지를 찾아야 하는데, 이거 참 큰일이지요.
고민하던 러시아의 차르(czar·슬라브 민족 국가에서 군주를 부르는 말) 이반 4세에게 부유한 상인 집안으로 이름 높던
고민하던 러시아의 차르(czar·슬라브 민족 국가에서 군주를 부르는 말) 이반 4세에게 부유한 상인 집안으로 이름 높던
스트로가노프 가문이 찾아옵니다.
"저희에게 우랄 산맥 너머 지역의 모피, 광업, 어업 등의 개발권을 주신다면, 이 지역을 개발해보겠습니다."
우랄 산맥 너머는 몽골의 후손들이 유목 생활을 하는 곳이었죠. 이반 4세의 허락이 떨어지자, 예르마크를 우두머리로 하는
원정대가 만들어졌어요. 1580년 무렵, 원정대는 국경 주변에 사는 카자흐 용병들을 이끌고 우랄 산맥을 넘어 쿠춤 칸이
지배하는 시비르한국을 공격해 들어갔어요. 시비르한국은 성문을 닫고 버텼지만, 불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날아오는
화승총을 이길 도리가 없었어요. 그들의 무기는 아직도 활과 화살뿐이었으니까요. 러시아가 처음으로 시베리아로 영토
팽창을 시작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답니다.
한편으로는 시베리아 유목민과 소수민족 원주민들의 비극이 시작된 순간이기도 하고요.
시베리아 벌판에는 모피를 찾아 많은 사냥꾼이 몰려들었어요.
시베리아 벌판에는 모피를 찾아 많은 사냥꾼이 몰려들었어요.
사냥꾼들은 원주민을 잔인하게 진압한 후 족장이나 그 가족을 인질로 잡았어요.
그리고는 열다섯 살이 넘은 남자에게 검은 황금이라고 알려진 검은담비의 모피를 공납으로 내도록 강요했어요.
사냥꾼들은 원주민을 강제로 모피 사냥에 끌고 다니고, 말을 듣지 않으면 집에 불을 지르거나 죽이기도 했어요.
그러니 원주민들은 그동안 지켜온 삶의 방식을 버리고 오로지 모피를 쫓는 일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지요.
이렇게 해서 그 지역 검은담비의 씨가 마르면 사냥꾼들은 다시 시베리아의 동쪽으로 이동했어요.
너 나 할 것 없이 모피를 찾아 나서는 열병이 경쟁적으로 퍼져 나가자, 러시아 전체 수입의 10%를 차지할 만큼 모피 무역은
중요한 산업이 되었어요. 돈을 좇아 나선 분주한 발걸음의 위력이었을까요?
결국 100년도 안 걸려 시베리아 전체를 러시아가 지배하게 되었답니다.
'시베리아'라는 말은 타타르어로 '잠들어 있는 땅'이라는 뜻이에요.
'시베리아'라는 말은 타타르어로 '잠들어 있는 땅'이라는 뜻이에요.
이름과 달리 최근에는 풍부한 자원과 발전 가능성을 가진 땅으로 깨어나고 있지요.
지형적으로는 아시아에 가깝지만 유럽 국가의 땅이 된 시베리아의 역사 속에는 원주민과 모피 동물의 수난,
인간의 욕망이 숨겨져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