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22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황량한 들판이나 적막한 물가에서 살면서 친구가 없어 정 붙일 곳이 없다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재배하는 것도 세월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다."
조선 숙종 때의 실학자 홍만선(洪萬選)이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조선 숙종 때의 실학자 홍만선(洪萬選)이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세월을 보내는 방법으로 권한 것이 꽃을 심고 기르는 일이었다.
그가 권한 꽃 가운데 하나가 '자미화'였다. 홍만선은 자미화를 이렇게 묘사했다.
"꽃잎은 붉고 쪼글쪼글한데 자잘한 꽃들이 모여 주먹만 한 송이를 이룬다.
꽃받침은 밀랍 빛깔이고 꽃은 뾰족뾰족하며 줄기는 붉은 빛깔인데 잎은 마주 난다.
6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9월까지 계속 핀다."
자미화는 배롱나무나 백일홍나무라고도 불린다. 백일홍나무라는 말이 발음하는 과정에서 배롱나무로 굳어졌다.
자미화는 배롱나무나 백일홍나무라고도 불린다. 백일홍나무라는 말이 발음하는 과정에서 배롱나무로 굳어졌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배롱나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배롱나무는 한여름 무더위가 끝나고 가을이 올 때까지 100일간 붉게 핀다.
강희안(姜希顔)도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배롱나무에 대해 "비단처럼 아름답고 이슬꽃처럼 곱게 온 마당을
비춰주어 그 어느 것보다도 유려하다"고 썼다.
배롱나무 꽃이 내 눈에는 예쁘지 않았다.
꽃이 너무나 화려한 색이어서 종이로 만든 조화(造花)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여 년 전에 나이 지긋한 지인이 "아직 젊어서 그래, 좀 더 나이가 들면 아름답게 보일 거야"라고 말해주셨다.
지난해 여름 배롱나무 가득한 담양 명옥헌(鳴玉軒)을 찾았다.
명옥헌 앞에는 배롱나무 꽃이 떨어져 연못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꽃을 떨구고 난 배롱나무가 그때 처음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지인의 말이 비로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아주 뒤늦게야 실감하는 경우가 있다.
올여름이 다 가기 전에 명옥헌의 배롱나무를 다시 보고 싶다.
블로그 내, 담양 명옥헌(鳴玉軒) 사진 : 3. 명옥헌 설경 |
[김민철의 꽃이야기] 올여름도 100일간 붉게 피어날 꽃(조선일보 2014.07.15 ) 서울 도심에 開花한 배롱나무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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