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대외 악재들도 첩첩산중이라는 점이다. 미국 대선 이후 불어닥칠 보호무역주의 돌풍은 우리 수출에 독(毒)이 될 게 자명하다. 가뜩이나 세계적 불황으로 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들의 수출 전망이 어두운 마당에 보호주의까지 빠르게 확산되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12월 중 단행될 미 금리 인상도 초대형 변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우리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1300조 원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에겐 핵(核) 못잖은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다. 돌변한 국제 유가 급등도 시계 제로의 불확실 리스크를 더 키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한국 경제의 양대 축인 정부와 통화 당국의 위기 의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말로만 ‘위기’를 되뇔 뿐 재탕 삼탕 정책으로 땜질만 하려 한다. 경제 지표를 우려하는 목소리만 나오면 외환보유액 등 긍정 지표를 나열하며 “아직 괜찮다”는 변명만 되풀이한다. 무능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도 도긴개긴이다. 13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낮춰 잡았지만 삼성·현대차 변수를 뺀 허망한 전망일 뿐이다. 하기야 경제 해법을 놓고 “재정 여력이 없다”느니 “통화정책에 연연하지 말라”느니 하며 ‘핑퐁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 뭘 바라겠는가.
국회는 점입가경이다. 경제살리기 법안들을 처리해도 부족할 판에 법인세 인상 등 기업 옥죄는 법안 발의에만 혈안이 돼 있다. 대기업 노조들도 월급 몇 푼 더 올리겠다며 ‘황제 파업’을 일삼는다. 한심하고 갑갑하다. 그래도 한국 경제호(號) 선장은 정부다. 정부는 초비상 상황에 걸맞은 모든 경제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핵 위기 대응 때만 비상체제를 가동할 게 아니라 발등의 불인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당장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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