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조천현 프리랜서 사진가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중국을 오가며 북중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강건너 보이는 북한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그 동안 150여 차례나 중국 현지를 방문했다. 중국과 접한 압록강은 북한의 양강도· 자강도· 평안북도를 지나는 강으로 그 길이만 800km 에 이른다.
조 씨는 원래 탈북자들의 삶을 동영상으로 기록해온 VJ(비디오저널리트)다. 1999년 구걸하며 살아가는 북한의 '꽃제비(가출한 어린이들)'들의 실상을 기록한 그의 영상이 한 방송사를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외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양상 작업까지 더하면 그의 북한 지역을 기록한 기간은 20년이나 된다. 때문에 그의 이력에는 다큐멘터리스트, VJ,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어느 날 디지털 카메라로 기록한 천진난만한 북한 지역의 어린이와 주민들의 사진이 주는 강력한 이미지의 메시지에 이끌려 사진 작업에 빠져들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북한 지역 주민들의 모습과 자연 풍경은 우리와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고 내 오랜 기억속의 모습이 눈앞에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유년시절 '반공 포스터'를 그리며 자란 그였지만 막상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북녘의 사람과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장마당(시장)을 매운 장꾼들의 아우성도 강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닮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우리와 똑같은 모습 그대로였다.
사진은 지금까지 공개된 북한지역의 사진과 특벽히 다른 건 없다. 다르다면 사진속 풍경과 사람들뿐이다. 어쩌면 흔한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사진에서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촬영을 위해 중국에 머물던 중 돌아가진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낯선 중국 땅에서 북한 쪽을 기록하는 일에 어려움도 많았다. 중국 공안과 변방부대원들에게 붙잡혀 한 달 가까이 조사를 받다가 추방된 뒤 입국이 정지되기도 했다. 총을 든 북한 군인보다는 공안의 시선이 두려웠다. "수 백키로를 차와 도보로 이동한 이유도 어쩌면 중국 공안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였다"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힘든 촬영 과정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안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갈 때 마다 조금씩 변화해 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며 "변화를 통해 통일에 대한 확신과 희망도 커졌다"고 조 씨는 덧붙인다.
책에 실린 사진은 지난 8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가진 전시에 이어 2017년 1월 (11~18일까지) 전북 익산원불교 총부문화관에서도 전시된다.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사진 조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