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김일성 책임론'까지 나온 북-중 감정 싸움

바람아님 2017. 5. 6. 08:04
한겨레 2017.05.05. 16:46

중 관영매체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 유훈"
북한 강조하는 '미국 위협 해소'는 언급 없어
"김일성 통일 시도 탓에 중국 수십만 희생"


김일성(오른쪽)과 마오쩌둥.

북한과 중국의 언론 매체들이 최근 거친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북-중 혈맹’의 주역인 김일성 주석을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전쟁과 관련한 ‘김일성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5일 1면 기사에서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인용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북)의 전 지도자 김일성과 김정일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2013년 6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이라고 말했고, 같은 해 10월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보도를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핵 개발을 본격화하면서도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까지는 ‘비핵화는 김일성 유훈’, 이후에는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비핵화가 자신들의 일방적 핵 포기가 아니라, 미국의 위협 해소와 한반도 주변 전체 비핵화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7월 북한 정부 대변인 성명도 ‘비핵화 유훈’을 강조하면서 핵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주한미군 철수를 함께 요구하는 식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요구를 포함한 “모든 관련국들의 관심 사안”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차이나데일리>와 인터뷰한 양시위 위원도 지난 1월 기고에서 “(한)반도 핵무기를 철저히 제거하면서, 동시에 조선(북)의 안보·경제 등 각 분야의 합리적 관심 사안이 철저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후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중국 관영매체가 돌연 ‘비핵화 유훈’만 쏙 빼내 강조한 것은 최근 북한 관영매체가 중국 매체들과 설전을 벌이는 상황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심지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의 웨이신(위챗) 계정 ‘샤커다오(협객도)’는 4일 한국전쟁과 관련해 김 주석을 비판한 글을 실었다. 이 글은 “김일성이 통일을 하려 들지 않았다면 (한)반도에 어떻게 전쟁이 났겠는가”라며 “중국은 그(전쟁)에 말려들어 수십만 생명을 잃었고, 중-미 간 20년 대립이 초래됐고, 심지어 양안 문제도 지금까지 방치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조선이 제멋대로, 경솔하게 저지른 일의 비용 대부분을 중국이 치렀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을 미국의 세력 확대 시도로 보고, 참전을 ‘항미원조’로 미화해온 중국 당국의 전통적 입장과는 뚜렷한 차이가 난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북-중 매체들의 설전은 양국 관계가 악화된 현실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국제관계학계에서는 ‘북-중 동맹’을 포함한 대북 정책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선 비핵화 목표도 중요하지만 북한 및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