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7.06.22. 20:36
구성주의(Constructivism)는 소비에트 혁명과 함께 등장한 예술 경향이다. 사회주의를 실천해 낼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 철학으로 등장해 독일의 바우하우스, 네덜란드의 추상미술주의인 데스틸 운동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무렵 아방가르드를 추구한 서구의 문화, 예술 장르가 모두 구성주의의 영향 아래 있었으나, 특히 건축과 디자인 못지않게 사진은 구성주의의 중심축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사진이 소비에트 사회에서 맡았던 임무는 단순한 시각 무기 이상이었다. 당시 사진은 가장 혁신적인 기계적 산물이었고, 부르주아 예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위적인 실험 양식이었다.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식의 변화는 눈을 대신한 카메라를 통해 지각될 수 있었고, 또 마땅히 그래야만 했다.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아트스페이스 제이에서 구성주의의 핵심 인물 알렉산더 로드첸코의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혁명의 사진, 사진의 혁명’. 예술을 통한 혁명을 꿈꿨던 전방위적 예술가로서 로드첸코는 사진에서도 파격적인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 아래쪽에서 위를 향해 찍는 로 앵글이나 그 반대의 하이 앵글 또는 과감한 클로즈업을 통해 역동성을 강조하고 대상의 실존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걸리는 고상한 작품을 위해서가 아니라 포스터, 잡지, 신문 등 다양한 수단과 만나기 위해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그가 궁극적으로 꿈꿨던 것은 형식의 파괴가 아니라 그 형식이 담아내야 할 시대상이었다. 관념이 아닌 사실, 가상이 아닌 실재를 통해 현실에 개입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묻는 해묵은 질문이 존재하지만, 사진은 이미 100년 전 차원이 다른 이미지 생산의 수단으로서 예술 전반에 혁명을 일으키며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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