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히어로들의 리더인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제 멋대로이며 개성 강한 다른 히어로들도 올곧은 신념과 바른 품성을 가진 그 앞에선 선한 팀원이 된다. [영화 어벤저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07b86453-8193-49f6-8529-04613c66dbd3.jpg)
마블 히어로들의 리더인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제 멋대로이며 개성 강한 다른 히어로들도 올곧은 신념과 바른 품성을 가진 그 앞에선 선한 팀원이 된다.
[영화 어벤저스]
그 때 토르가 웃으면서 말하죠. “묠니르는 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라고요.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왕인 오딘의 아들로 천둥의 신입니다. 그 때 어벤저스의 리더인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망치를 움켜쥡니다. 그리고 모두가 놀랄 상황이 벌어지죠. 로저스가 묠니르를 드는 데 성공한 겁니다. 로저스의 고결한 인품을 알아본 묠니르가 자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었습니다.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인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들고 있다. 신비의 영물인 '묠니르'는 신 이외에 오직 고귀한 인품을 가진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다. [마블]](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9c5ed936-f5a0-46cb-b4cc-11aaddd86a8d.jpg)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천둥의 신인 토르의 망치 '묠니르'를 들고 있다. 신비의 영물인 '묠니르'는 신 이외에 오직 고귀한 인품을 가진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다. [마블]
사실 로저스는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매우 ‘평범한’ 인물에 가깝습니다. 레이저를 쏘며 하늘을 나는 아이언맨이나 불사의 체력과 강력한 힘을 가진 헐크, 천둥의 신 토르 등과 비교했을 때 전투 능력은 그들에게 훨씬 못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저스가 어벤저스의 리더가 된 이유는 뭘까요.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의 스티브 로저스.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기위해 군인되고자 했던 로저스는 허약한 신체때문에 여러 번 입대를 거절당한다. 그러나 그의 올곧은 신념과 바른 품성이 눈에 띄어 강한 힘과 스피드를 갖게 만들어주는 '수퍼 솔저 프로젝트'의 대상자로 뽑힌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6c15d5da-b07d-401e-aaac-5864fba05076.jpg)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의 스티브 로저스.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기위해 군인되고자 했던 로저스는 허약한 신체때문에 여러 번 입대를 거절당한다. 그러나 그의 올곧은 신념과 바른 품성이 눈에 띄어 강한 힘과 스피드를 갖게 만들어주는 '수퍼 솔저 프로젝트'의 대상자로 뽑힌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로저스는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언맨에게 고운 말을 쓰라며 매일같이 잔소리 합니다. 헐크의 화를 잠재울 수 있는 것도 그가 좋아하는 여성인 블랙 위도우와 로저스뿐이죠. 로저스는 전투할 때도 다른 히어로들과 대조됩니다. 다른 히어로와 달리 아무리 악당이라도 웬만해선 살상을 하지 않고 때려서 기절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그의 무기는 방패 하나가 전부예요. 어떨 때는 보는 사람이 답답할 만큼 공격도 방어 위주로 합니다.
만약 어벤저스에 로저스가 없었다면 팀 ‘쉴드’는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꼴통’ 집단이 됐을 확률이 큽니다. 바른 품성을 가진 로저스가 팀을 조화롭게 이끌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팀워크를 보이지 못했을 거란 뜻입니다.
![팀 쉴드의 히어로들. [영화 어벤저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4ae66bce-cb3d-4a7a-be6f-2739af53b9cb.jpg)
팀 쉴드의 히어로들. [영화 어벤저스]
2016년 다보스포럼도 미래사회의 인재가 갖춰야할 핵심역량 5가지 중 하나로 협업능력을 꼽았습니다. 아울러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이끌어내고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관리 능력도 핵심역량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4차 혁명시대에는 상호 의존과 연결이 심화되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팀을 이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합니다.
![구글의 새 캠퍼스 조감도.구글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한가운데에 대형 '은색 텐트'를 칠 예정이다. 부지 규모는 7만5000㎡로 이 안에 연구소, 카페, 사무실, 공연 장소 등을 채워 넣고 공원과 광장을 배치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연합뉴스]](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7761c3a8-3421-4891-9fca-f4bd085a2665.jpg)
구글의 새 캠퍼스 조감도.구글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한가운데에 대형 '은색 텐트'를 칠 예정이다. 부지 규모는 7만5000㎡로 이 안에 연구소, 카페, 사무실, 공연 장소 등을 채워 넣고 공원과 광장을 배치해 열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연합뉴스]
실제로 구글은 인재를 뽑을 때 바른 품성을 가장 중시합니다. 복은 2014년 2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 겸손’ 등 구글이 중시하는 5가지 인재상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머리가 좋거나 스펙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책임감 있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구글이 원하는 인재라는 것이죠.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과 협업하고 시너지를 내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고 상대를 존중·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즉 ‘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이 지금의 사회, 나아가 4차 혁명시대엔 필수 능력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똑똑하다고 정의하는 것들, 예를 들어 논리와 추론 능력, 수학적 사고력 등은 앞으로 인간이 AI(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울러 주입식 교육과 일방적으로 습득한 지식은 더 이상 쓸모없어지게 되죠. 대신 AI가 할 수 없는 것들,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타인에게 공감할 줄 아는 인성역량은 인간 고유의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인성은 권장만 하고 마는 가치·덕목이 아니라 필수로 갖춰야 할 ‘실력’이 될 거라는 이야깁니다.
![패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04bcb38d-59bd-4bb8-8aaa-73f8752a6e8a.jpg)
패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중앙포토]
지난해는 자기 재산의 99%(52조원)를 사회 환원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저커버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함께 착한 부자로 불립니다. 이처럼 저커버그가 출중한 능력뿐 아니라 바픈 품성까지 갖추게 된 것은 그의 타고난 성품보다는 어릴 적부터 그가 받은 교육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커버그가 졸업한 필립스 엑시터 고교가 그랬습니다.
![저커버그가 졸업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이 학교에선 수업과 생활의 모든 밑바탕에 인성교육이 깔려 있다. [필립스 엑시터]](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18e1b54e-94b2-4c8e-9945-193f9e74f272.jpg)
저커버그가 졸업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이 학교에선 수업과 생활의 모든 밑바탕에 인성교육이 깔려 있다. [필립스 엑시터]
이 학교는 또 공부에 대한 정의부터 남다릅니다. 공부는 ‘남에게서 뭔가를 배우는 게 아니라 지식을 함께 나누며 지혜를 키우는 것’이라는 거죠. 교사가 미리 주제를 정해 주면 학생들은 자료를 조사해 발제하고 의견을 나눕니다. 교사는 수업 진행의 최소한 역할만 할 뿐 일방적 강의는 하지 않고 학생들이 팀을 짜 발표와 토론을 합니다.
![저커버그가 나온 필립스 엑시터 고교에선 전 과목을 토론식으로 수업한다. [필립스 엑시터]](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d139d1bd-b79f-415c-9f91-e817231886cf.jpg)
저커버그가 나온 필립스 엑시터 고교에선 전 과목을 토론식으로 수업한다.
[필립스 엑시터]
시험이 끝나고 결과는 어땠을까요. 도서관에서 혼자 책에 파묻혀 있던 학생들보다 함께 토론했던 친구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후에 저커버그는 친구들과 함게 사용했던 웹사이트를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했고, 고교 시절 자기 학교의 출석부 명칭을 따 ‘페이스북’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쯤 되면 그의 고교 생활이 저커버그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겠죠.
![엑시터의 출석부에는 학생 얼굴 사진이 실려 있어 '페이스북'이라 불렸다. 맨 아래 오른쪽이 저커버그. [필립스 엑시터]](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2caec515-9baf-401d-8029-17e8948bf859.jpg)
엑시터의 출석부에는 학생 얼굴 사진이 실려 있어 '페이스북'이라 불렸다. 맨 아래 오른쪽이 저커버그. [필립스 엑시터]
이처럼 앞으로의 사회에선 저커버그와 로저스 같은 인성역량이 더욱 중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육도 인성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주입식 수업과 줄 세우기 입시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미래에 필요한 건 인성역량인데, 오히려 인성을 깎아먹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교육의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인간혁명 2회 ‘학교의 종말’ 편에서 살펴봤듯 지금과 같은 19세기 교육 시스템으론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방식을 바꾸는 것과 함께 또 한 가지 필요한 고민은 교육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거냐 하는 거죠. 지금처럼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교육을 계속할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엇을 하도록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하버드대의 덱스터 게이트. 밖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는 '학교에서 지혜를 키우고' 나갈 때는 '졸업한 뒤에 사회와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고 쓰여 있다.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3/fd5d5959-efa8-48b4-812c-42a0fbecb258.jpg)
하버드대의 덱스터 게이트. 밖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갈 때는 '학교에서 지혜를 키우고' 나갈 때는 '졸업한 뒤에 사회와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고 쓰여 있다.
[중앙포토]
학교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는 ‘enter to grow in wisdom’, 나갈 때는 ‘depart to serve better thy country and thy kind’라고 쓰여 있죠. ‘대학에 와서는 지혜를 배우고, 졸업한 뒤엔 더 나은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하버드는 성적과 스펙보다 인성과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별해 뽑죠. 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만점을 받고도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의 목표가 어떻게 바뀌어야할지 한번쯤 고민하게 만드는 사례입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윤석만의 인간혁명은 매주 토요일 아침 업데이트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