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28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마이클 토마셀로 '생각의 기원'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인터넷 댓글 조작이 화제다. 사람들은 대체 왜 댓글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일까.
뉴스 기사 중에서도 댓글이 많은 기사가 인기를 끌고, 수많은 사람이 기사보다도 베스트 댓글에
먼저 눈길을 준다. 이유가 대체 뭘까.
이 질문은 "인간의 생각은 왜 탄생했으며 어떻게 진화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동물도 생각을 한다. 고양이나 쥐 같은 동물도 어디 가야 좋은 먹이를 구하고,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을지 기본적인 인지와 추론, 판단을 한다.
붉은털원숭이나 침팬지 같은 유인원에게는 심지어 다른 동물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관찰 능력이 있고,
혼자서는 잡을 수 없는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어떻게 다른 개체를 설득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머리를 굴릴 줄 안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각이 특별한 점, 다른 동물들의 생각과 구분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생각의 기원 : 영장류학자가 밝히는 생각의 탄생과 진화
마이클 토마셀로 지음/ 이정원/ 이데아/ 2017.12.06/ 263 p
181.3-ㅌ71ㅅ=2/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강서]2층
세계적인 인류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마이클 토마셀로는 '생각의 기원'(이데아)에서 인류의 생각이
진화해온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약 40만년 전에 나타난 초기 인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때부터
인간은 상대의 의향을 파악하기 위한 사회적 지능('공동지향성')이 발달했고,
상대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능력이 생겼다. 이는 곧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협력의 체계로 발전했고, 인간의 뇌용량과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결과를 나았다.
약 20만년 전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 때부터는 인간의 사회성이 더 발달해 집단의 관점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능력('집단지향성')이 더 진화했다고 한다. 토마셀로 교수에 따르면 현대 인간의
언어와 사고 시스템도 이러한 집단지향성 위에 기반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다른 동물의 생각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먹이와는 무관하게, 심지어 먹이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개체의 생각을 먼저 알고 싶어하고
궁금해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우리 생각의 패턴이 사회적 지능과 집단지향성에 기반해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많이 보는 것을 같이 보게 되고, 다른 사람의 반응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결국 문제는 댓글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의 의견에 나와 내가 보는 세상을 맞추려는 우리 사고의 패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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