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시론>3大 '간판 정책' 모두 파산하고 있다

바람아님 2019. 2. 26. 05:46
문화일보 2019.02.25. 14:20



소득성장 - 脫원전 - 적폐 청산

임기 중반 접어들며 실패 입증

서민 소득 급감에 韓電도 적자
블랙리스트 등 新적폐도 심각

내년 총선 땐 3角 파고 극대화
靑 ‘회생 불능 위기론’ 직시해야


지난주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경고음이 급속히 커지기 시작했다. 간판격인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탈원전 정책이 지속가능성에 한계를 보였고, 도덕적 명분으로 삼고 있는 적폐 청산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해명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현재의 국정운영 기조가 유지되면 ‘회생불능의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적 반대 진영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소득 동향’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확대다. 그러나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6000원에 그쳐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7%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이다. 1분위 근로소득 하락은 더 심각해 전년 동기 대비 36.8% 떨어졌고 1분위 가구 중 무직 가구는 전년 43.6%에서 55.7%로 급증했다. 영세상공인 등이 다수 포진한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소득 역시 전년 대비 4% 하락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임시직 실업률 증가와 영세사업장 폐쇄가 원인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는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관련 부처와 애먼 기업들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허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이 지난해 16.9% 오른 데 이어 올해에도 10.9% 오른 것을 감안하면 내년 이맘때는 더 절망적인 통계를 접하게 될 것이다.


한국전력의 22일 ‘적자 공시’는 성장잠재력을 위협하는 사안이다. 80%대를 상회하던 원전 가동률이 문 정부 들어 줄더니 지난해에는 37년 만에 최저치인 65.9%로 떨어졌고, 결국 1년 새 영업이익이 5조 원 이상 급감하면서 한전은 6년 만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한전의 적자는 단지 한 기업의 적자 문제가 아니다. 당장 전기요금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전기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수급의 불안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화학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가속화되고 원전 시장의 지속적인 팽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이 사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런스상을 수상한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장윤일 박사는 지난달 25일 카이스트 주최 특별강연에서 “2050년에는 지금보다 2.5배 많은 전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원자력만이 급증하는 전력 소비 수요에 대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 박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20개국이 무려 10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출국금지로 본격화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또 다른 차원에서 문 정부 국정운영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징역 4년과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환경부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 정권 임명 환경공단 임원을 상대로 사직서 제출을 유도하고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감사를 무기한 계속한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으로 압박하고 듣지 않으면 고발한다’는 등의 표적 감사 문건을 청와대 지시로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에 따르면 사퇴 압박을 받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만 24명에 달하고 특감반이 관리한 명단에는 330개 산하기관 임원 660명이 올라 있다.


위기는 이미 가시화 단계를 지나 심화하고 고착화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말장난 수준으로 전락한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이나 문 대통령의 경제인 면담과 같은 이벤트로 돌파할 시기는 지났다. 물론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적폐 청산은 문 정부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정책으로 기조를 수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 변화가 없으면 기회도 없다. 고용과 소득불평등 악화, 전력수급 불안정과 전기요금 인상, 신 적폐 재현이란 삼각 파도가 몰아치면 내년 총선 패배는 말할 것도 없고 문 정부 국정이 통치불능(ungovernability) 상황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