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시평>'자유조선'이 일깨운 北정권 실체

바람아님 2019. 4. 3. 07:35
문화일보 2019.04.02. 14:10



北 임시정부 자처한 자유조선

망명정부 법적 지위 힘들지만

그 주장에는 경청할 부분 많아

북한 공관은 절도·암살 본거지

정권 자체가 거대한 범죄조직

文정부도 이런 실상 직시해야


지난 3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이 습격당한 일이 발생했다. 26일에는 ‘자유조선’이라는 단체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습격이 아니며, 북한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응한 것”이라며 대사관 침입을 스스로 인정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북한 당국은 31일 스페인 대사관 침입은 테러 공격이며 국제법의 극단적 위반이라며, 스페인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북한이 외무성을 통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공식 언급한 것은 자유조선의 실체를 밝혀내려는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스페인의 법원은 이들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고, 며칠 전 한 외신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북한대사관을 급습한 은밀한 집단이 작금 공포에 노출되다’였다.


자유조선은 북한에 의해 독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 북한 임시정부를 선포했다. 임시정부 또는 망명정부란, 정부를 구성하는 기본적 틀을 갖추고 있으나 특정한 이유로 영토 내에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단체를 가리킨다. 1919년 4월 13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세워진 대한민국임시정부와, 2차 세계대전 중 샤를 드골이 런던에 세운 자유프랑스 망명정부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자유조선이 임시정부, 또는 망명정부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법적으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1948년 유엔총회 결의가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the only such government)로 명시했고,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명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북한의 지위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반국가단체에 머물러 있다. 국제법상의 지배적인 견해 또한 망명정부 문제는 국제법적 주제가 아니며, 국제적 법인격인 국가의 대표적 기관에 관한 논의로 이해하고 있다. 즉, 독일 국제법학자 게오르크 담의 분석처럼, 정부로 대표되는 국가의 법적 존재가 없는 한 망명정부든 현지 정부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다.


여기서 살피고자 하는 것은, 북한대사관 침입에 대한 불법성이나 자유조선의 망명정부적 지위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대로 “북한 정권의 대사관들과 사무소들은 불법 마약과 무기 밀매의 허브이자, 체계적으로 반인도 범죄를 저지르는 전체주의 정권의 선전선동을 퍼뜨리기 위한 매개체”인지, “북한의 대사관들은 전 세계 사이버 공격과 절도, 암살, 납치, 북한대사관 가족들을 포함한 인질잡이의 발판”인지를 정확히 봐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이 정상적인 정부인 체하는 허구의 몸짓은 중단돼야 한다”며 “북한 정권은 한마디로 거대한 범죄조직”이라는 주장이 사실에 기반한 것인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핵무기 폐기를 위해 시작된 미·북 협상이 진행되면서, 북한 지도자가 취한 여러 가지 행태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상국가’로 비치고 싶어 하는 바람의 표현으로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유엔총회 결의가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는 수많은 주민이 굶주리고 극심한 인권 탄압과 박해가 자행되고 있는데, 북한을 정상국가로 언급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라 할 수 있을까. 1990년대 말 대량 아사(餓死)에도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며칠 전부터는 주민들에게 물과 공기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각오를 가지라고 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정권 유지를 위한 핵무기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 국가의 실체인 주민에게는 고통을 받아들이라는 곳이 북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4조에서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일과 관련해 현 정부는 ‘평화’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평화와 실질적 평화가 다른 것처럼, 평화로 포장된 분단과 평화가 스며든 통일은 다르다. 평화의 진정한 목적은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국민의 삶을 안전하고 윤택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북한 주민들의 삶도 온전히 포함돼야 한다. 그래서 자유조선이 주장하는 바가 사실이고, 그들이 내세우는 바가 북한 주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촛불 민심을 국민의 명령으로 이해하는 정부라면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더욱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