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2019.05.21. 15:35
3월~6월이면 도시 전체가 꽃대궐
토끼캐릭터 '미피' 오두막·풍차 등
네덜란드 대표하는 볼거리도 가득
고흐·렘브란트 대표작 만날 수 있는
암스테르담시내 미술관 꼭 들러봐야
쾨켄호프는 전 국토의 3%가 꽃 재배지역인 네덜란드가 가장 자랑하는 튤립 생산지다. 부엌을 뜻하는 쾨켄(Keuken)과 정원이라는 뜻의 호프(Hof)가 합쳐진 지명은 과거 이곳이 귀족들의 연회장으로 사용된 정원임을 알려준다. 수도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을 나서자마자 쾨켄호프로 직행하는 셔틀버스 안내판이 보인다. 사순절 기간을 정점으로 이달까지 이어지는 ‘튤립축제’ 기간에는 26유로의 티켓 한 장으로 쾨켄호프 입장권과 공항까지 오가는 왕복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로 30~40분 달려 도착하는 쾨켄호프는 행정구역상 리세 지방에 위치해 있다. 반경 20㎞의 들판에서 꽃을 재배하니 동네 전체가 꽃밭이다. 항공사진으로 내려다보면 해안선과 나란히, 혹은 수직으로 도열한 색색의 튤립이 장관을 이룬다. 연평균 140만명 이상, 그중 80%는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쾨켄호프로 향하는 이유다. 네덜란드 화훼위원회에 따르면 800종류 이상의 튤립·히아신스·수선화·카네이션·백합 등 총 700만본(알뿌리 화초를 세는 단위)이 3월부터 6월까지 꽃을 피운다. 쾨켄호프가 ‘유럽의 정원’으로 불리고 ‘유럽의 봄이 쾨켄호프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쾨켄호프의 중앙에 28만㎡ 규모로 조성된 정원은 1949년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자연의 조화 앞에서 한없이 무력했던 인간은 튤립을 개량하기 시작했다. 파미르 고원이 원산지인 튤립은 페르시아인들의 터번(Turban)과 비슷해 튤립으로 불리게 됐고 오스만제국(터키)이 영토를 넓힐 때 함께 전파됐다. 1592년에 식물학자 카롤루스 클루시우스(1526~1609)가 튤립 구근을 선물받아 이듬해 네덜란드에 처음 들여왔다. 1633~1637년에 극에 달했던 튤립파동은 개량종 희귀 튤립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비롯됐다.
쾨켄호프 정원에서 만나는 다양한 개량 튤립은 꽃놀이의 별미다. 바깥쪽 꽃잎과 꽃받침이 진홍색이고 그 안에서 피어나 위로 솟구친 꽃송이가 하얀색인 튤립의 이름은 ‘아이스크림’이다. 소복하게 담은 먹음직스러운 아이스크림을 닮았다. 진붉은색 꽃잎 가장자리가 프릴처럼 생긴 튤립은 ‘태평양의 진주’라 불린다. 꽃술이 자리한 안쪽이 노란색인 게 반전 매력이다. ‘대륙식’이라는 이름의 튤립은 잘 익은 포도주색이 고혹적이다. ‘로마제국’ 튤립은 붉은색 꽃잎에 하얀 테두리가 있어 고대 로마 제국의 황제의 관을 상상하게 만든다. 초록과 주황이 뒤섞여 어디까지가 꽃이고 어디부터가 잎인지 모호할 지경인 튤립도 있다.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너무나 자유분방한 꽃이라 이름표를 들여다보니 ‘예술가’이다.
방사형으로 꾸며진 쾨켄호프 정원은 걷다가 지칠 때쯤 되면 실내정원이 쉴 곳을 제공한다. 토끼 캐릭터 미피(Miffy)의 나라인지라 온통 미피로 가득한 오두막집도 있고 해안 쪽에는 네덜란드의 전통 풍차도 마련돼 있다.
푸념했던 모네는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한 그림 몇 점을 남기고는 프랑스 남부 지베르니로 돌아가 평생 정원을 가꾸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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