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8.11.09)
북한 경제 완전히 개방되는 때
자원과 노동력의 약탈 막아야
건강한 공동체 건설 돕기 위한
국제 사회 연대와 도움이 필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은둔의 왕국’ 문이 열리고 있다. 그 문이 완전히 열릴 때 북한은 새로운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
정부 운영 방식과 기반 시설 구축 등에서 다른 나라들이 해 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실험의 이익들이 남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미 미국의 자본가와 일본·중국의 투자자들이 북한의 풍부한 광물 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빠른 부를 창출할 ‘약탈 경제’를 계획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발견된다. 그렇게 되면 빈곤한
북한 주민들에게 갈 이익이 국제 투자자들에게 가게 된다. 이것은 최근 이라크에서 나타난 모습이기도 하다.
대안이 있다. 북한이 착취적 성장을 거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경제·정치적 성공에 도달하는 제3의 길이 있다.
그것은 현재 국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커먼스(commons)’ 경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협력적 생산 방식으로 사회를 구축하는 커먼스 체제는 이미 곳곳에서 여러 분야로 퍼지고 있다.
북한은 사실상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국가들의 문화를 망가뜨린 상업주의나 소비 물신주의도 거의 없다.
그래서 새로움에 대한 상상력의 폭도 넓을 수 있다.
북한은 그 어떤 곳보다도 포괄적인 방식으로 ‘블록체인’이나 ‘홀로 체인’과 같은 ‘검증 인터넷’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의사 결정 과정이 사회 전체에 분산되면 권위주의 정치를 타파할 수 있고, 사회 공동체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 북한의 노동력과 광물자원이 착취를 당하는 대신에 자본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작동되는 긍정적인 세계화의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임마누엘 칼럼 11/09
.북한에는 현대적 기술이 거의 없다. 북한의 출발점이 제로(0)이기에 이런 상상을 해 볼 수 있다.
북한의 모든 건물을 태양광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북한에서 지역별 경제적 자치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암호 화폐 및 크라우드 펀딩을 사용해 지역 협동조합을 육성할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를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진공청소기, 세탁기, 태양열 발전기 등 주요 물품들을 공동체에 맡기는 공유경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
북한의 개방은 이렇게 건강한 국제화 모델을 구축할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이런 일을 도울 수 있다. 이미 남한은 공유 경제의 모범적 선례를 갖고 있다.
서울시는 4년 전 시 전역에서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지역 마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또 최근에 서울 전역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6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다.
한국인들이 이룩한 이른바 ‘촛불 혁명’은 시민들의 연대가 사회를 변화시킨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커먼스 개념의 예는 전근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 1910~45년의 일제는 조선의 마을에서 상호 부조 공동체 정신과
향촌 문화를 파괴했다. 조선인들의 땅과 전통적인 생산 수단을 빼앗은 일본의 ‘인클로저(enclosure)’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향촌 규범은 사라지고 비인간적 경쟁에서 비롯된 불평등의 심화와 부의 집중이
시작됐다.
북한에는 단기 이익이 아닌 경제·기술적 변화의 윤리적 의미에 초점을 둔 ‘시민들의 연대(P2P)’ 자문위원회가 필요하다.
한국이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지만, 신흥 경제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북한이 전 세계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에 6조 달러 규모의 석탄·우라늄·철·금·아연 및 희토류 광물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고 한다.
‘P2P 자문위원회’의 권고 사항 중 하나는 북한이 개발의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 지식을
보유할 때까지 지하자원 개발을 동결하는 방안이다.
북한은 개방의 첫 단계에서 과도한 부채를 떠안게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투자자의 단기 수익을 보장하는 것을 계획의 한 부분으로 삼지 않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P2P 자문위원회가 도울 수 있으며,
자본 유출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계획을 짤 수 있다. 북한 상황이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에 과두정치가 부상했던 것과
유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공동체 은행을 만들고 참여적 자금 조달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산업화한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불가역적 개발에 희생되는,
냉전 시대의 잔재가 될 필요는 없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구경영연구원 원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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