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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81] 신생아도 1400만원 채무자 되는 나라

바람아님 2019. 12. 26. 08:28
조선일보 2019.12.17 03:12

황현 저술 허경진 譯編 '매천야록'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4+1이라는, 예산안을 심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괴이한 범여권 정당들의 '협의체'가 내년도 예산안을 예결위도 안 거치고 회의록 등 아무런 자료도 남기지 않고 국회에서 기습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512조원이나 되는 작년보다 9% 증액된 예산안을 자유한국당과 심의하는 척하다가 비례대표 할당 증가를 미끼로 군소 정당들을 꼬드겨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약삭빠른 모리배들은 자기들 지역구 예산을 수십억, 수백억씩 날치기 증액했다.

국민은 무자비한 세금 때문에 등골이 휘는데 집권당과 불량한 '선량'들은 국민의 골수(骨髓)를 뿌려서 표를 사들인다. 올 10월로 누적 재정적자가 45조5000억원인데 선심성 복지의 비중이 큰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무려 180조원이다. 정부 안에도 없었고,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아서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없는데 끼어들어간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특별회계' 2조원을 비롯해서 기초연금 증액분, 장애인연금 증액분 등 법적 근거가 없이 내년 예산에 반영된 예산이 4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북한인권기금은 반으로 줄고 경협기금은 대폭 늘었다. 이렇게 무절제한 지출로 국고가 고갈되고 나랏빚은 800조원이나 될 전망이다. 국민 1인당 채무 부담이 약 1400만원이 된다는 말이다. 구한말 나라 패망 전 상황과 너무나 같다.

매천(梅泉) 황현(黃玹)은 과거에 두 번이나 급제하고도 벼슬을 하지 않았지만 한·일 합방이 반포된 날 밤 '글 아는 사람 노릇'을 하고자 자결했다. 그는 대원군의 독재를 미워했으나 고종의 치세에서는 사사로운 낭비로 국고가 탕진되는 것을 통탄한다. '원자가 탄생하면서 궁중에서는 복을 비는 제사를 많이 벌였는데, 팔도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지냈다. 임금도 마음대로 잔치를 베풀었으며, 하사한 상도 헤아릴 수 없었다. 임금과 중전이 하루에 천금씩 썼으니 내수사(內需司)의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호조나 선혜청에서 공금을 빌려 썼는데, 재정을 맡은 신하 가운데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따지는 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리하여 운현(대원군)이 십 년간 모은 것을 일 년도 안 되어 모두 탕진했다. 이때부터 벼슬을 팔고 과거(科擧)를 파는 나쁜 정치가 잇달아 생겨났다.'

어쩌면 이토록 오늘의 상황과 꼭 같을까? 그래도 국민은 그때보다 많이 배웠는데, 정녕 온 국민이 사악하고 몽매한 정권과 함께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