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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마스크보다 손 씻기

바람아님 2020. 3. 3. 09:11

(조선일보 2020.03.03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요즘 길거리서 민얼굴로 택시 잡으려 서 있으면, 빈 택시가 그냥 지나간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반대로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서 바로 내렸다는 이들도 있다.

마스크 안 쓰면 못 들어가는 편의점도 있다. 그러니 마스크 댓 장 사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선다.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도 죄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다. 민얼굴은 마치 무슨 용의자 취급을 받는다.


▶외국에선 마스크에 대한 시각이 다소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은 발열·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마스크를 우한 코로나 감염 예방 목적으로 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미국 공중보건 장관은 아예 "일반인은 마스크를 사지 말라"고 했다.

마스크 부족 우려와 의료진 우선을 강조한 뉘앙스였지만, 요즘 한국 같으면 큰일 날 말이다.

[만물상] 마스크보다 손 씻기


▶중세 땐 흑사병이 돌면 '역병(plague) 의사'가 활동했다. 지역 책임자는 이들을 고용하여 환자 상태를 챙기고,

죽은 사람 수를 세게 했다. 역병 의사는 표면이 왁스 처리된 검은색 긴 코트를 입었고, 환자를 직접 만지는 걸 피하기 위해

지팡이를 들었다. 새 부리 모양으로 코가 뾰족하게 나온 마스크를 썼는데, 그 안에는 향신료를 채웠다.

당시는 공기에 떠다니는 독소가 역병을 일으킨다고 믿었기에, 그 나름의 방호복이었다.


▶의사가 수술할 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은 1897년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부터다.

말할 때 튀어나오는 미세 침방울이 환자 몸 안으로 들어가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위생용 마스크의 시작이었다. 방호가 아니라 가해(加害)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쓰이게 됐다.

마스크가 피해 차단용으로 쓰이는 경우는 꽃가루·분진·미세 먼지,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오는 침방울을 막을 때이다.


▶발열·기침이 있거나 낌새가 있을 때, 감염 의심자나 격리자와 함께 있을 때,

만원 버스처럼 여럿이 밀폐 공간에 머물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러나 한산한 거리를 홀로 거닐 때 쓰는 건 지나치다.

과잉진단예방연구회 신상원(고려의대 내과) 교수는 "멀쩡한 사람이 일상 생활서 마스크를 안 쓸 '권리'를 달라"고도 말한다.

코로나 감염은 공기 전파가 아니다. 거의 모두 침방울 파편이 손과 손으로 이어져 전염되는데,

마스크 착용이 자칫 '위생 면죄부'처럼 여겨져 더 중요한 손씻기를 게을리할까 걱정이다.

부단한 손 씻기와 상황에 맞는 마스크 쓰기가 최고의 '셀프 백신'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2/20200302040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