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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대량 진단 능력의 힘

바람아님 2020. 3. 2. 15:50

(조선일보 2020.03.02 임민혁 논설위원)


2016년 WHO가 에볼라 바이러스 종식을 선언하면서 발표한 감염자 수는 2만8616명, 사망자 수는 1만1310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공식 확인된 숫자일 뿐이다.

에볼라가 창궐한 아프리카에는 병원이나 당국의 손이 닿지 않는 열악한 곳이 많다.

'감염자'라고 진단할 능력 자체가 모자라는 것이다. 주민들이 환자를 숨기기도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리카 에볼라 인명 피해가 실제 50%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우한 코로나 사태에도 의심스러운 숫자들이 많다.

북한 당국은 '확진자 0명'을 주장한다. 중국 국경을 초기에 봉쇄했다지만 밖에서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평양에 대사관이나 협력사무소를 둔 독일·스위스 같은 유럽 국가가 줄줄이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다고 한다.

2억7000만 인구의 인도네시아도 코로나 감염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호주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무례하게 말할 의도는 없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진단 능력의 기능적 문제"라고 했다.

감염자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만물상] 대량 진단 능력의 힘


▶국내 우한 코로나 확진자 수는 어느덧 4000명에 육박한다. 중국 다음이다.

폭증한 숫자는 방역 실패로 바이러스가 실제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감염자를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코로나 검사는 10만 건에 이르는데, 이는 일본·미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인구 대비 검사 비율이 일본의 60배, 미국의 700배다. 일본이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거의 은폐 수준이다.

미국 사회는 우한 코로나보다는 대선 경선에 더 쏠려 있다.


▶한국의 진단 검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법은 하루 걸리던 검사를 6시간으로 줄였다.

여러 지자체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검진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

검진 비용도 최대 16만원에 불과하고 확진 판정을 받으면 돌려준다.

미국은 400만원에 달해 웬만한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우리 정부의 초기 대처를 비판하는 외신들도 이 '진단 역량'만큼은 찬사를 보낸다.

한 해외 전문가는 트위터에 "한국 진료실 능력, 와우(Wow)"라고 썼다.

진료실만이 아니라 의료진과 병원 시스템까지 모두 뛰어나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진단 능력이 뛰어나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제한 당하는 상황도 벌어지지만, 감추다 화를 키우는 것보다는 낫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1/20200301015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