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4. 3. 23. 00:06
응달진 돌담 아래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지만, 춘분을 지난 농가 마당에는 찬란한 봄 햇살이 가득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짓궂은 누렁이가 괜스레 닭 뒤를 쫓아다니는 바람에 겁먹은 닭들이 꼬꼬댁거리며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두 다리로 뒤뚱거리며 이리저리 쫓기던 닭은 위기의 순간이 닥치자 퇴화한 본능이 되살아나 냅다 날아 돌담 위로 피하고, 그 바람에 누렁이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어 마실 나가버렸다.
예전 농가에서는 다들 가축을 키웠다. 집 지키는 개와 달걀 낳아주는 닭은 기본이고 잔반을 처리해주는 돼지와 토끼 몇 마리, 그리고 농가의 일꾼 황소까지 한 집에 사람보다 동물 숫자가 더 많았다. 그런데 가축을 먹이는 일은 대개 아이들의 몫이었다. 싱싱하고 부드러운 풀을 뜯어오고 벌레나 미꾸라지를 잡아다 영양 보충을 시키기도 했다.
https://v.daum.net/v/20240323000627437
[사진의 기억] 봄볕 쪼이는 동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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