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사설] 판교 유족들, 상식과 順理로 '참사 뒤처리' 풀었다

바람아님 2014. 10. 21. 11:12

(출처-조선일보 2014.10.21 사설)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유가족이 20일 오전 3시 성남시와 사망자 보상 문제에 합의했다. 
사고 발생 57시간 만이었다. 
유가족들은 1인당 보상액을 법원의 통상적인 판례를 기준으로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한재창 유가족 대표는 "사망자마다 각기 소득액 등 사정이 달라 보상액을 일괄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보상금은 결국 나랏돈"이라며 "경기도나 성남시에 무조건적인 보상 압박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게 유족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했다.

유가족은 합동분향소도 차리지 않았다. 
한 대표는 "유가족들이 이번 사건을 국가적 이슈로 만들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했다. 
사망자 16명 중 21일까지 12명이 장례를 치르고 4명도 곧 치를 예정이다. 
유족들은 이번 사고가 누구의 고의(故意)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족 대표 한씨는 "이번에 대형 참사 처리의 좋은 선례를 남기자는 게 유족들의 뜻"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유가족들은 보상 문제를 놓고 당국과 대립하곤 했다. 
유가족들은 피해자들의 나이·소득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보상액을 미리 정한 뒤 줄다리기하거나 통상적인 기준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요구하기 일쑤였다.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합동분향소를 차려 놓고 장례를 미루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했다. 자기 잘못이나 법 규정 같은 것은 아예 못 본 체하고 책임을 정부나 기업에 떠넘기며 무작정 보상금을 
더 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외부(外部) 세력이 끼어들어 분란을 부채질했고 결국 사회 전체가 
이편저편으로 갈려 싸우는 갈등을 불러오곤 했다.

판교 사고 유족들은 사망자들이 일반인이 올라가서는 안 되는 환풍구 위에 올라간 과실(過失)이 있다는 점을 의식해 
뒤처리를 원만하게 하려 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 구체적인 보상액 산정과 부상자 치료 문제를 놓고 불만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자세로 한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대형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이 억지와 생떼를 버리고 상식과 순리에 따라 뒤처리를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판교 유족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