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만물상] 사드 레이더

바람아님 2015. 2. 27. 19:33

(출처-조선일보 2015.02.27 유용원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어느 외국 다큐 채널이 군함 레이더에 칠면조를 묶어놓고 지켜봤다. 
레이더 전파가 워낙 강력해 칠면조를 굽는다는 얘기가 맞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레이더를 다루는 군인의 Y염색체가 전자파에 죽어 아들을 못 낳는다는 속설도 있었다. 
실험 결과 칠면조는 멀쩡했다. 레이더(RADAR·Radio Detecting And Ranging)는 목표물을 향해 전파를 쏜 뒤 돌아오는 
반사파를 측정해 거리·고도·속도·모양을 파악한다. 몇 천㎞ 밖 목표물까지 탐지하는 현대전의 눈이다.

▶1926년 일본 공학자 야기 히데구쓰와 우다 신타로가 '야기·우다 안테나'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에 소개했다. 
레이더 성능을 향상시키는 획기적 장비였다. 2차대전 때 영국·미국·독일은 다투어 이 안테나를 레이더에 썼다. 
정작 일본에선 찬밥 신세였다. 적 앞에서 전파를 쏘는 것은 한밤중 불을 켜 자기 위치를 알리는 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군은 나중에 싱가포르에서 찾아낸 영국군 비밀 서류에서 '야기 안테나'의 가치를 깨달았다.

	[만물상] 사드 레이더
▶손 안의 보물을 몰라봤던 일본은 뒤늦게 레이더 개발에 나섰지만 고성능 레이더로 무장한 미 해군에게 처참하게 패했다. 
전후(戰後) 레이더 기술과 레이더 피하는 기술이 창과 방패처럼 필사적 발전을 거듭했다.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가 천하무적으로 군림할 듯하더니 여러 나라에서 스텔스 탐지 레이더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 고고도 요격미사일 사드(THAAD)의 주한 미군 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도 레이더가 있다. 사드의 AN/TPY-2 레이더는 파장 짧은 'X밴드'를 사용해 600~2000㎞ 떨어진 미사일까지 
정밀하게 추적한다. 사드 레이더의 힘은 2만5344개에 이르는 송수신 소자(素子)에서 나온다. 
2.4~5.5㎞ 밖 차와 항공기 전자 장비를 망가뜨릴 만큼 강력한 전파를 쏘아댄다. 
그래서 안전지대를 둬야 하고 방향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그러면서도 넓이는 9.2㎡밖에 안 돼 수송기로 나를 수 있다. 트레일러로 끌고 다니며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일본에도 두 기(基)가 배치돼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 
중국은 주한 미군이 사드 레이더를 갖추면 중국 내륙 미사일 발사까지 미군이 일찌감치 알 수 있다고 반발한다. 
하지만 실제 배치될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우리 이지스함의 1000㎞보다 짧다고 한다. 
레이더는 이제 단순한 무기 체계가 아니라 국제 정치 역학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