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G7 국가인 영국이 중국 주도의 개발은행에 참여하는 까닭은

바람아님 2015. 3. 14. 08:28

[중앙일보] 입력 2015.03.13

 

 

영국이 서방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개발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AIIB 참여 의사를 표명한 나라는 28개국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서방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에 변화를 꾀하는 중국의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12일 주중 영국 대사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은 국가의 장기 경제계획 차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긴밀한 협력을 해왔다. 앞으로 AIIB에 참가해 우리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에서 기회를 잡고 아시아와 공동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스본 장관은 AIIB 창설에 어느 정도의 지분을 투자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 재정부도 이날 “영국 정부가 이미 AIIB 참가를 확정하는 관련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재정부는 또 “앞으로 영국은 이미 AIIB 창립 회원국으로 확정된 21개국과 협상을 통해 창립 회원국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NIIS) 리샹양(李向陽) 원장은 지난해 말 “AIIB의 지배구조나 표결 메커니즘은 앞으로 아시아 국가간 더 논의가 필요하며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다. 한국이 가입하면 아시아 협력과 경제 안보 차원은 물론 동북아 협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AIIB와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과 같은 중국의 행보를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다.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에 AIIB에 참여하지 말도록 설득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국이 AIIB에 합류할 뜻을 드러내자 "미국과 협의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하현옥 기자 chkcy@joongang.co.kr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중국이 낙후된 아시아 인프라 건설과 주변국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창립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설립될 예정이다.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질서를 바꾸기 위한 중국의 장기 전략 중 하나다. 자본금은 500억 달러로 시작하고 향후 1000억 달러까지 늘린다는 게 중국의 계획이다. 본부는 상하이(上海)에 두고 초대 회장은 진리췬(金立群)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