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태평로] '사드 반대' 외치는 중국의 속내

바람아님 2015. 3. 19. 10:11

(출처-조선일보 2015.03.19  최유식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장)


	최유식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장 사진
최유식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장

미국 인터넷 매체 중에 '워싱턴 프리 비컨(The Washington Free 

Beacon)'이라는 곳이 있다. 

보수 성향인 이 매체는 한 달에 1~2건꼴로 중국의 군사 동향을 

보도하는데 상당수가 최고 기밀에 속하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중국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시험 발사하면 한 달이 못 

돼 기사가 나온다. '다롄(大連) 부근의 보하이(渤海)만 해상' 

'산시(山西)성 우자이(五寨) 제2포병(핵미사일 부대) 기지' 같은 

구체적 발사 장소는 물론 발사 방향과 일시, 성공 여부까지 

상세한 정보가 담긴다. 이러다 보니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이 

미국 매체를 인용해 자국의 첨단 무기 시험 소식을 전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워싱턴 프리 비컨'에 등장하는 정보 대부분이 미 당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정보가 구체적이고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가 중국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목적일 것이다.

미국은 냉전이 끝난 1990년대부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서해(황해)의 공해 상에 첨단 

정찰기와 정보 수집함을 대거 배치해 중국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 

중국군망(中國軍網)에 따르면 미국 정찰기와 함정은 중국 영해선(12해리)에서 4해리

(약 7.4㎞)가량 떨어진 공해와 상공에서 중국에 대한 첩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하는 RC-135S 전략 정찰기, 고(高)고도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 EP-3 전자 정찰기 등 미국 주력 정찰기의 연간 출격 횟수는 500회에 이르고, 

한 번 출격하면 평균 10시간가량 운항한다고 한다. 그 외에 우주 공간에는 스파이 

위성이 수십 기(基) 배치돼 있고, 수중에서도 핵잠수함 30여 척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에도 중국 감시가 가능한 장거리 탐지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


중국은 이번 주 초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보내 공개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촘촘한 미국의 대중(對中) 감시망에 비추어 보면 사드가 중국에 무슨 

새로운 위협이 될지 의문이다. 사드 자체가 북핵 방어용이고, 한국에 배치될 사드 

X-밴드 레이더의 유효 탐지 거리가 60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체면 문제를 거론한다. 

위협 여부를 떠나 자국 문앞에 해당하는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 무기가 배치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체면 때문에 이처럼 요란을 떠는 것 같지는 

않다. 거기엔 한·미·일 3각 동맹의 한 축인 한국을 경제를 고리로 중국 쪽으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적 고려가 있을 것이다. 커진 국력에 걸맞게 동북아 안보 현안에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대미(對美) 시위의 측면도 없잖아 보인다.

이런 중국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냉정하고 단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제 분야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더라도, 안보 문제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가올 통일 문제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중국의 공세에 

휘말리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