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3.19 공혜진 일러스트 작가)
- 공혜진 일러스트 작가
멸치를 한 줌 집어 달궈진 냄비에 살짝 볶다가 물을 붓고 양파·버섯·다시마·새우 등을 넣어 육수를 낸다.
받아둔 쌀뜨물 반에 멸치 육수 반을 넣어 냄비에 올리고 된장을 한 주걱 떠서 푼다.
된장 푼 냄비에 양파를 잘게 깍뚝 썰기 해서 넣고 애호박 하나와 양송이버섯 몇 개도 역시 잘게
깍둑 썰어 넣는다.
두부는 숭덩숭덩 썰어 넣어야 제맛. 겨울에 말려놓은 표고버섯 가루와 고춧가루도 조금 넣는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중간 크기의 감자 하나를 강판에 갈아 넣고 냉이 몇 뿌리도 숭숭 썬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중간 크기의 감자 하나를 강판에 갈아 넣고 냉이 몇 뿌리도 숭숭 썬다.
냄비 주변으로 걸쭉해진 국물이 튈 때쯤이면 매콤한 청양고추 한두 개를 잘게 썰어 넣는다.
옆 냄비엔 삼발이를 세우고 머위잎을 쪄낸다.
완성된 찌개와 찐 머위잎을 담아 상을 차린다.
완성된 찌개와 찐 머위잎을 담아 상을 차린다.
갈아 넣은 감자 때문에 유난히 걸쭉해진 찌개를 크게 몇 수저 떠서 밥에 올리고 수저 뒤로 지그시 눌러 두부와 애호박을
으깨서 비빈다. 손바닥에 머위잎을 펴서 올리고 그 위에 찌개가 비벼진 밥을 올려 싸서 크게 입 벌려 먹다가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절로 웃음이 난다.
밥 먹는 내내 엄마와 나는 끝말잇기를 하듯 우리가 아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우리만 먹기 아깝다고,
불러서 다음에 같이 먹자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 /공혜진 그림
시장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나온 머위잎을 만난 뒤 시작됐다.
이제 봄이 왔으니 쌈 메뉴는 곰취잎, 호박잎, 민들레 나물 등으로 바뀔 테다.
여기에 싱싱한 열무와 얼갈이를 넣고 담근 열무김치를 곁들이면 그 어떤 호화로운 메뉴가 나타나도 이길 수가 없다.
봄 강된장 머위쌈과 이제 막 담가 파릇파릇한 색의 열무김치를 앞에 두고 함께 먹고 싶은 이들을 떠올린다.
맛있는 걸 먹을 때면 함께 먹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라 참 다행이다.
봄이 가기 전, 보고 싶은 이들과 입을 크게 벌려가며 같이 쌈 싸 먹을 시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時事論壇 > 橫設竪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사일언]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기사보기 "엄마, 내 말 듣고 있어?" (0) | 2015.03.23 |
---|---|
[일사일언] 1만 시간의 노력 (0) | 2015.03.20 |
[만물상] 지하철 낙서 (0) | 2015.03.18 |
[일사일언] 남자의 자리, 아빠의 자리 (0) | 2015.03.16 |
[분수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0) | 2015.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