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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언더 더 돔'이 노출한 中國의 문제

바람아님 2015. 3. 21. 11:38

(출처-조선일보 2015.03.21 한삼희 논설위원)


	한삼희 논설위원 사진
한삼희 논설위원

유튜브에서 '언더 더 돔(Under the Dome·돔 천장 아래서)'의 영어 자막판(版)을 봤다. 

많이 소개된 대로 CCTV(중국중앙텔레비전) 스타 앵커였던 차이징(柴靜·39) 기자가 만든 

104분짜리 스모그 고발 다큐멘터리다.


호소력 있고, 메시지가 뚜렷하고, 내 눈엔 제작 기법도 훌륭했다. 

폐암 환자 수술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가 의사가 떼어낸 새까만 림프절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배경에 있는 구조적 본질을 짚었다는 점이다.

차이징은 베이징의 매연 오염도가 신기하게도 매일 자정이면 치솟는 그래프를 보여줬다. 

그리고는 새벽 2시 단속 공무원과 함께 베이징 진입 도로의 톨게이트로 나갔다. 

외곽 도시에서 생활 필수품을 운반해오는 트럭들이 줄지어 있었다. 

엔진룸을 열어보니 오염 기준치를 만족시킬 수 없는 구형(舊型) 엔진을 달고 있었다. 

기준치의 500배 매연을 뿜는 트럭들이 매일 새벽 베이징으로 들어왔다. 그런데도 관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 

차이징이 인터뷰한 당국자들은 "안전과 관련 없는 사안이라 단속 권한이 없다" "손댔다간 자동차 회사들이 파산한다"는 

이유를 댔다.

차이징이 환경보호부 공무원에게 탕산(唐山)의 철강공장 굴뚝 오염을 왜 단속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 공무원 입에선 "저 공장에서 월급 받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아느냐? 10만명이다"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환경보호부의 젊은 공무원은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꿈을 갖고 들어와서 보니 나는 꼭두각시더라"고 했다. 

산시성(山西省) 어느 도시 환경국장은 "환경부서는 정부가 기르는 고양이다. 

쥐를 얼마나 잡을 건가는 정부가 결정한다. 환경부서의 재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이징은 중국의 휘발유 기준이 왜 그렇게 느슨한지를 취재했다. 

휘발유 기준을 정하는 위원회 멤버 3분의 2가 석유업계 사람들이었다.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함부로 기준을 강화했다가)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사회가 불안해진다"고 했다. 

에너지 관련 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에너지 업계는 독생자(獨生子·single child)"라고 했다. 

부모의 끔찍한 보호를 받아서 장난감을 혼자 잔뜩 갖고 논다는 것이다. 

미국엔 석유·가스 기업이 6300개인데 중국엔 3개뿐이다.

차이징은 독점을 누리는 중국 에너지 기업들은 몸체만 크지 근육이 없어 국가 보조금이나 떼어먹는 좀비 기업들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처음 발표됐을 때는 다큐멘터리에 호의적이었던 중국 정부는 1주일여 만에 '언더 더 돔' 영상과 관련 기사 검색을 

차단시켰다. 중국의 치부(恥部)가 드러나고 정부를 야무지게 비판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언더 더 돔'이 상당히 미국풍(風)이라는 점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스튜디오 관객들 앞에서 강연식으로 전개하는 것은 테드닷컴을 연상시킨다. 

각종 동영상과 그래프를 제시하는 것은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닮았다. 

'언더 더 돔' 제목 자체가 미국 드라마에서 따왔다. 

차이징은 2013년 미국 원정 출산 논란에 휘말려 CCTV를 퇴직해야 했다.

어쨌거나 중국 정부가 '언더 더 돔' 접속을 끊어버린 것은 중국이 여전히 통제 국가라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차이징의 다큐멘터리가 겨냥한 중국 시스템의 핵심 결함(缺陷)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