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시론/윤창현]1% 기준금리 시대, 한국경제가 갈 길은

바람아님 2015. 3. 23. 11:31

동아일보 2015-03-23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 3년 만기 은행 보증 회사채 금리는 12% 정도였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3년 만기 금리는 2% 수준이다. 원금이 1000만 원일 때 금리가 12%이면 연간 이자는 120만 원이다. 그런데 금리가 2%일 때 이자 120만 원을 확보하려면 원금은 6000만 원이 필요하다. ‘지금 6000만 원’의 이자 창출력이 ‘20년 전 1000만 원’과 비슷하다.

‘이자’(%)에다가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시간’(연)을 곱하면 72 정도가 된다는 것이 소위 ‘72의 법칙’이다. 이에 따르면 금리가 12%인 경우 원금이 두 배로 늘어나는 데 6년이 걸린다. 그런데 금리가 2%이면 36년이 걸려야 두 배가 된다. 금리가 10%포인트 하락하니까 원금을 두 배로 만드는 데에 30년이 추가로 소요되는 것이다. 이제 목돈에서 나오는 이자가 줄어드는 데다 목돈 만드는 것 자체도 힘들어지는 ‘이중고’의 시대가 왔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했다. 기준금리 1% 시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다. 물론 한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이는 거꾸로 우리 경제에 디플레 가능성이 커졌고 저성장 국면이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을 한은이 확인해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제 날씨가 아니라 기후가 바뀌고 있다. ‘고성장 고금리 고출산’ 환경하에서 잘나가던 대한민국 경제가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

우선적으로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가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빙하기로의 진입을 저지하고 늦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무엇보다 돈이 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촉진하고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돈이 돌게 해야 한다. 특히 불확실한 사업소득에 의존하면서 힘들어하는 550만 자영업자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어떻게 해서든 연착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양적완화 수준의 조치를 통해 경기 부양과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수출경쟁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수출까지 힘들어지면 재앙이 도래한다. 수지 흑자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이를 토대로 해외 자산 보유에도 힘써야 한다. 최근 해외 직접투자의 내수유발 효과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나 연기금을 포함한 각종 펀드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다양한 해외자산 편입을 통해 적절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자산만이 아니라 실물자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경제는 자원 에너지 농산물 등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들의 투자 실패 사례를 거론하면서 의기소침해하지만 말고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꾸준하게 이를 확보해가야 한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는 현 상황이 오히려 이들에 대한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발상도 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투자를 대체투자라 부르는데 이는 수익률 제고와 실물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일본의 경우 해외 보유 자산이 많다 보니 무역수지가 적자인데도 경상수지는 흑자가 난다. 우리도 다양한 투자대상을 개발하고 전문가를 육성, 확보하면서 해외 자산 관리에 진력할 필요가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을 찾아야 한다. 국내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수익으로 이를 대체해가면서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가야 한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소득국가에서 자산국가로 탈바꿈하면서 내수 부진과 디플레에 대한 본격적 대응을 지속시켜야 할 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