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눈물은 소용돌이를 거쳐 나온다.
너무 추운 철에 핀 슬픔
다 말면 뚝, 하고 떨어지는
가장 먼저 흘리는
꽃이라는 봄날의 눈물
...
아무리 울음 운다 해도
봄의 눈물을 이기지는 못한다.
수면에 부푼 꽃이 떠올랐다
떨어진 꽃들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흉터'
박해람 시인 <백 리를 기다리는 말> 중 '봄날, 꽃이라는 눈물' 중 일부(p34-35)
벚꽃 축제로 도심이 시끌벅적해질 때다. 오랜 사찰에는 동백이 진 자리를 매화와 복사꽃이 차지했다. 산마다 진달래, 철쭉 축제가 예정돼 있어 산들은 조만간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을 게 뻔하다.
용산서 춘천 가는 ITX청춘열차를 타면 30분이면 도착하는 천마산. 서울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천마산만 해도 덜 오염된 곳이다. 서울 도심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 보호종으로 분류되는 야생화 수십 여 종이 지천이다.
흔히 산을 오를 때 덜 힘들기 위해선 바위 아닌 흙을 밟으라지만, 이미 꽃이 눈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힘들더라도 애써 바위를 밟고 지날 수밖에 없다. 바위 끝 땅에서 아슬아슬하게 올라온 작은 생명들을 밟을 순 없는 노릇이다.
3월 말 기자가 찾은 천마산은 그곳에서 가장 먼저 발견됐다고 하는 '점현호색'이 땅 곳곳을 푸르게 한다. 바위틈을 살펴야 만날 수 있는 귀한 흰노루귀, 청노루귀도 군락을 이뤘다.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은 작은 몸을 쉴 새 없이 흔들고, 이끼 옆으로 퍼진 금괭이눈과 애기금괭이눈은 바위를 금색으로 수놓았다.
나무로는 동백과 매화가 봄을 다툴지 모르지만 야생화 중에서는 복수초가 단연 봄꽃의 전령사를 자처한다. 1, 2월 얼음 속에서 가장 먼저 핀다는 복수초에는 한해의 무병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인간의 맘이 담겼다.
현재 천마산에 있는 복수초는 이미 지고 있다. '황금잔'(술을 담을 수 있는 모양으로 활짝 피기 전 모습을 비유해 부르는 말)으로 건배할 수 있는 시점은 놓쳤지만,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려는 듯 활짝 펴 눈이 부시다.
천마산 봄 야생화를 소개한다. 사진은 모두 '갤럭시노트3'로 찍었다. 통상 늦봄부터 초여름까지는 '꽃궁기'로 통한다. 가을 야생화가 피기 전까지 여름 야생화가 많지 않아서다.
↑ 점현호색.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된 야생화다. 잎파리에 흰 점이 많아 현호색과 구분한다. /사진=신혜선/갤럭시노트3
↑ 현호색.
↑ 복수초
↑ 흰노루귀
↑ 청노루귀
↑ 만주바람꽃
↑ 꿩의바람꽃
↑ 너도바람꽃
↑ 큰괭이밥
↑ 중의무릇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둥근털제비꽃-애기금괭이눈-는쟁이냉이-산괴불주머니.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치광이풀-큰개별꽃-개구리알-양지꽃
◇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나요? 꽃들은 피곤합니다.
우리나라 등산인구는 2010년을 기점으로 1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저 산이 있어 오른다는 건 옛말. 그 산에 사는 꽃을 보러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지만 '야생화'를 보고 사진에 담는 취미를 가진 인구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 성능이 어지간한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과 맞먹으면서 꽃을 찍기 위해 산에 가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야생화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대부분 희귀종인 경우가 많아 꽃을 보는 사람들은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한다. 비싸고 조작이 어려운 카메라 없이도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폰카족'이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페이스북 그룹이름)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크다.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비상식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 꽃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을 배려하고 보호하려는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성립하는 말이다. 다음은 야생화를 보러 가거나 촬영할 때 하지 말아야할 행동들이다.
- 예쁘다고 꽃을 마구잡이로 꺾는 행위
- 다른 사람이 그 꽃을 못 찍도록 꽃을 꺾어버리는 행위
- 사진 촬영을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을 하는 행위. 예를 들면 마른 지역에 습한 이끼 등을 가져와서 일시적인 환경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나 촬영에 방해가 되는 주변의 낙엽, 흙 및 식물 등을 제거하는 행위
-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곤충이나 나비 등을 죽이는 행위
- 단체로 야생화를 촬영하면서 주변 환경과 생태를 마구 짓밟는 행위
- 옷을 버린다고 바닥에 넓은 깔판 등을 깔고 앉아 사진 촬영을 하면서 주변 식물을 훼손하는 행위
- 예쁜 사진을 찍는다고 인위적으로 스프레이 등을 사용하여 물을 뿌리는 행위
- 보호종이나 멸종 위기 식물의 서식지를 타인에게 공개하여 훼손시키는 행위
- 자신의 화단이나 정원에서 기를 목적으로 야생화를 캐어가는 행위
- 야생화를 허가도 없이 영리적인 목적으로 캐어가는 행위
- 산나물을 뜯는다고 다년생 식물을 뿌리째 캐어가는 행위
-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고 식물 등에 이름 등을 새겨 넣는 행위
- 식물의 뿌리를 찍을 목적으로 뿌리를 뽑은 후 버리는 행위
- 사진 촬영을 위해 군사지역이나 생태 보호 지역에 들어가는 행위
- 사전 전문지식도 없이 야생식물을 섭취하여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
- 사진 촬영이나 식물 채취를 위해 지정된 등산로 이외의 지역에 들어가는 행위
- 사진촬영을 위해 삼각대를 사용해서 지면을 훼손시키는 행위
- 성벽 등 지정 문화재에 올라가서 식물을 촬영하는 행위
- 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불쌍하다고 먹이를 주면서 동물들의 자생력을 없애는 행위
- 새를 찍는다고 나뭇가지를 꺾고 새의 둥지를 훼손시키는 경우
- 좋은 작품을 찍는다고 새 등의 날개를 훼손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행위
- 나비나 곤충 등을 촬영하기 위해 냉장고 등 추운 곳에 놓아두어 움직임을 둔하게 하는 행위
- 새나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돌 등을 던지는 행위
- 어미새와 새끼를 촬영할 목적으로 새끼를 둥지 밖으로 끌어내어 어미를 유도하는 행위
*도움말 : 최성호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랜드마크 프로그램 프로젝트 매니저(페이스북 '야생화를사랑하는사람들' 그룹장)
신혜선 부장 shinh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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