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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칼럼] 중국의 꽌시, 한국 사회에 없는 유대관계

바람아님 2015. 4. 12. 11:23

[중앙일보] 입력 2015.04.11

부패 관리들의 검은 커넥션 아닌
신뢰 토대로 윈윈하는 인맥 쌓기
한국의 인맥보다 능동적 의미

‘꽌시(關係·관계)’는 중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한국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일 것이다. 이젠 꽌시라는 단어는 영어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영어권에선 꽌시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기 때문인 듯 하다. 한국어에서도 중국의 꽌시에 해당하는 말을 찾아보기 어렵다. 꽌시는 많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중국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인맥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에게 꽌시는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 의미를 보면 꽌시는 ‘꽌(關)’자의 ‘닫다’와 ‘시(係)’자의 ‘이어 맺다’의 두 의미가 합쳐진 단어다. 즉,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서로가 연결돼 일종의 ‘윈윈관계’로 발전한 인적 네트워크를 뜻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인 친구가 중국에서 겪은 일화를 예로 들고자 한다.

그는 몇 년 간 거래를 해온 중국인 사업 파트너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내 친구는 여성이었고 그의 사업 파트너는 중년의 중국 남성이었다. 계약이 성사되자 그 중국 남성은 친구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식당에 도착해보니 자기 외에도 6명의 손님이 더 있었다. 남녀가 뒤섞인 그 손님들은 모두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그 남성의 친구들이었다. 그날 모두의 관심은 내 친구에게 쏠렸고 식사자리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친구는 나중에 “사실 그 자리가 매우 불편했다”고 실토했다. 사전에 한 마디 예고도 없이 다른 사람들을 식사자리에 함께 초대한 사업 파트너의 행동이 좀 무례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 상황을 듣고 나는 한국인들에게 ‘실례’로 느껴지는 중국인들의 행동이 사실은 ‘신뢰’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업 파트너가 여러 명의 친구들을 예고 없이 초대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 비록 두 사람이 여러 해 동안 사업상의 인연을 이어온 사이긴 하지만 남녀 단둘 만의 식사를 여성 쪽이 불편해 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친구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일부로 자신의 여성 지인들도 초대한 것이다. 둘째, 중국에서는 음식을 주문할 때 한국에서처럼 1인분, 2인분이 아니라 요리 한 가지씩을 주문한다. 따라서 사람이 많을수록 내 친구는 더욱 다양한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셋째, 중국인은 식사모임의 분위기가 떠들썩하고 흥겨운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사업 파트너는 분위기를 흥겹게 띄울 수 있도록 자신의 지인들을 동원한 것이다. 넷째, 중국인들은 자신의 오랜 친구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소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 따라서 사업 파트너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내 친구를 소개한 것은 매우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다. 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친구는 그의 호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엔 중국의 꽌시 같은 독특한 유대관계는 없는 듯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친구의 부탁을 자기 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경우 자신의 꽌시를 동원해서라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한다. 중국어에는 ‘인정(人情)을 빚졌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음으로써 둘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은 물론, 빚을 진 사람은 반드시 나중에 이를 갚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의 관계를 혈연·지연·학연 등 특정 환경 속에서 맺어진 한정된 관계라고 본다면, 중국의 꽌시는 매우 능동적인 측면이 있다. 같은 유교문화권이지만 한국과 중국에서의 인맥 맺기는 이처럼 차이점이 적지 않다.

천리 중국 선양(瀋陽)에서 태어나 선양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중국 고객 마케팅 및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 관련 자문과 강의를 하고 있다.

천리(陳莉) 국립외교원 전임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