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50대 서울대 교수, 그리고 50대 대리기사….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리 얽힐 일이 없을 것 같은 세 사람이 한 곡의 노래를 두고 ‘하나’가 됐다. 한국 대중가요계의 거목 조용필(63)이 중년 대리기사에서 착안해 곡을 만들고, 우리 시대의 대표적 사회학자인 송호근 교수(57·서울대 사회학)가 가사를 붙였다. 국민가수와 ‘비판적 지성’의 별난 콜래보레이션(협업)이다. 얘기를 나눠왔다. 그것 만으로 부족했을까. 이들이 함께 노래 ‘어느 날 귀로(歸路)에서’를 빚어냈다. 평생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퇴직자의 쓸쓸한 심정을 그린 노래다. 교수는 이 노래를 가리켜 ‘한국 베이비부머들(1955~63년생)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했다. 노래는 조용필이 10년 만에 올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인 제19집 앨범에 담길 예정이다. 질문에 기사는 “퇴직하고 사업이 안돼서 이렇게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날 술을 함께 마셨다. 교수와 대리 기사라는 직업을 떠나 “50대로서 안고 있는 고민은 비슷했다”(송 교수)고 기억했다. 지난해 11월, 조용필은 송 교수가 들려준 대리기사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곡 써놓은 게 있는데 그 얘기를 써주면 좋겠다”고 슬며시 가사 써줄 것을 부탁했다. 송 교수는 “조용필씨가 자신이 작곡한 곡에 가사를 붙여 달라고 했다. 난생 초유의 일이라 당황했다. (조용필은) 요령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냥 해보면 다 돼!’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반복해 들었다고 했다. ‘어느 날 귀로에서’는 그렇게 떠오른 영상을 담아낸 것이다. ‘끼인 세대’다. 자식, 부모 세대의 모든 부양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면서도 ‘농업 세대’와 ‘IT 세대’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은 세대다. 그런데 현재 도처에서 베이비부머들의 탄식이 들려온다”고 했다. 말한다. 그는 “50대를 위로하고 싶었는데, 조용필 앨범이 나온다면 내게도, 우리 사회에도 뜻 깊은 일이 될 것” 이라고 했다. 짠하다. 힘들다는 얘기를 ‘나는 힘들어요’하고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여운 있다. 조용필씨가 가사를 맘에 들어 해 현재 새 앨범에 넣기로 결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몇몇 지인들로부터 모니터링을 받고 있는데 이 곡을 타이틀 곡으로 추천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고 전했다. 조용필의 노래가 20대부터 70대 까지 세대를 뛰어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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