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5.26
16개 연구·교육단체 공동성명
일본 5대 역사단체 중 4곳 참여
세계 학자 187명 성명 이어 발표
25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라”고 발표하는 후쿠토 사나에 역사과학협의회 대표(왼쪽), 구보 도루 역사학연구회 위원장. [사진 지지통신]
일본어와 영어로 발표한 이날 성명은 지난 6일 존 다우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 세계 역사학자 187명이 “역사학자들은 일본군이 여성들의 이송이나 위안소 관리에 관여했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를 발굴해 왔다”는 집단성명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일본 내 역사단체를 망라한 이들(소속 학자 6900명)이 이날 공동성명에 참여함으로써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에 대한 일본 내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16개 단체가 발표한 성명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노 담화’의 정당성이다. 16개 단체는 “강제 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그간의 많은 사료와 연구에 의해 실증돼 왔다”며 “이는 인도네시아 스마랑,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확인된 바 있고 한반도에서 다수의 증언이 존재하는 ‘억지로 데리고 간 사례’뿐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연행 사례를 모두 ‘강제 연행’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따라서 지난해 아사히(朝日)신문이 ‘전쟁 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발언에 관한 기사를 취소한 것이 고노 담화의 근거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둘째, ‘성노예’ 상태의 인정이다. 성명은 “최근 연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가 동원 과정뿐 아니라 위안소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성노예 상태에 있었다는 것까지 드러났다”며 위안부 제도의 반인도성을 지적했다. 또 “ 성매매 계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배후에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구조가 존재했다”며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배경을 감안해 (위안부) 문제를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학문의 자유의 침해’에 경고를 던진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일부 언론이 위안부 와 관련된 대학 교원 등에게 사직이나 강의 중지를 요구하는 건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며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성명에는 일본역사학협회, 오사카(大阪)역사학회, 규슈(九州)역사과학연구회, 센슈(專修)대학 역사학회, 종합여성사학회, 조선사연구회 간사회, 도쿄역사과학연구회, 도쿄가쿠게이(學藝)대학 사학회, 나고야(名古屋)역사과학연구회, 일본사연구회, 일본사고구(攷究)회, 일본사상사연구회(교토), 후쿠시마(福島)대학 사학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교육자협의회가 참여했다. 일본 내 5대 역사 관련 단체(역사학연구회·일본사 연구회·역사과학협의회·역사교육자협의회·사학회) 중 사학회를 제외한 4개 단체가 참여했다. 역사학연구회는 지난해 10월 “‘요시다 증언’의 진위에 관계없이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깊이 관여하고 실행한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그동안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관한 논의는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며 “일 역사학자들의 총의가 반영된 이날 성명을 통해 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직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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