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담배 끊은 사람을 향해 '독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요즘엔 상황이 바뀌었다. 흡연자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 담뱃값 인상에다 금연구역 확대에도 줄기차게 피워대기 때문. '애국자' '모범 납세자'라는 칭송도 있다. '과잉 복지'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날 판에 세수 증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담배 판매로 확보한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00억 원이나 늘어났다. 4∼5월만 6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담뱃세 총수입은 6조7427억 원. 이 추세라면 올해 담뱃세 수입은 10조 원 고지를 거뜬히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음식점 등에서의 실내 금연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길거리 흡연자들이 늘면서 간접흡연 피해에 노출된 비흡연자들의 불만이 높다. 거리에 널려 있는 담배꽁초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흡연 장소를 찾아 거리로 나선 흡연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서울 광진구가 지난해 11월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동서울터미널과 건대입구역에 실외 흡연 부스 '타이소(他利所)'를 시범 운영해 호평받고 있다. 타이소는 '타인을 배려하고 이롭게 하는 곳'이란 뜻. 한 인테리어 업체가 2000만 원가량의 설치비를 부담해 광진구는 예산 한 푼 건들지 않았다. 외국 사례를 보자. 도쿄(東京)의 경우 길거리 곳곳에 입장료 50엔(약 450원)을 받는 유료 실외 흡연 부스가 인기다. 공기 정화 시스템은 필수. PC에 에어컨, 음료 자동판매기까지 갖춘 쾌적한 휴식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스모크 캐빈(Smoke Cabin)'이라는 환경친화적 흡연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담배로 얻는 세금 수입의 일부를 흡연자들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반대로 흡연 부스 설치는 정부의 금연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약 1000만 명에 이르는 애연가들의 '흡연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흡연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비흡연자들을 간접흡연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선 흡연 부스 설치가 상생의 아이디어다. 2001년 보행자 담뱃불에 어린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길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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