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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시진핑 경제책사 류허 “최악의 경제위기 대비하라”

바람아님 2015. 7. 5. 10:42

[J플러스] 입력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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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제 위기상황을 가정해 대비책을 세워라.” “중국의 이익과 전세계 이익의 최대교집합을 추구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63·사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의 주장이다. 류 주임은 지난 23일 제16회(2014년도) 쑨예팡(孫冶方) 경제과학상 논문상을 수상했다. 쑨예팡상은 중국판 노벨경제학상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1984년부터 2년마다 중국경제학계 공헌자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유명 경제학자 우징롄(吳敬璉)이 5차례 수상했고, 리커창(李克強) 총리의 스승 리이닝(厲以寧)도 여러차례 수상했다. 리커창 총리도 박사논문으로 쑨예팡 경제과학상을 받았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장과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도 수상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6일 전격적으로 예금이자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0.25%씩 내린 주말 중화권 매체들은 류허 주임의 수상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지난 1월말 류허 주임은 중국 거시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부주임 12명 중 한 명에서 서열 3위 부서기로 승진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거론하며 류허 주임의 이번 수상은 그가 쉬사오스(徐紹史) 발개위 주임의 후임자가 될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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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 주임이 수상한 논문은 ‘두 차례의 글로벌 대위기 비교연구’로 중국 경제전문 학술지 ‘비교(2012.5·사진)’에 실렸다.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공통점과 정책적 함의를 다룬 논문이다. “최악의 경제위기 대비책을 세워라”는 그의 결론이다. 류허 주임은 정책결정자들에게 경제적으로 구조조정기에 진입한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마지노선’ 사유방식을 주문했다.

 

논문에서 추출한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통점 10가지는 현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위기는 기술혁명 후 발생한다. 전력기술혁명이 대공황을 정보화혁명이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위기 직전 경제 번영과 극단적인 방임형 경제정책을 채택했다. ▶1928년 미국 상위 1%가정이 23.9%의 부를, 2007년 23.5%의 부를 독점했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극심했다. ▶과도한 복지지출과 같이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대중의 심리가 극단적인 투기상태에 빠져 누구나 벼락부자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통화폐가 풍부했다. ▶위기가 폭발하면 정책결정자는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경제문제의 정치이데올로기화라는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한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서 시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해 위기는 더욱 악화된다. ▶위기가 발전 과정에서 특정한 확산모델을 갖추게 되어 쉽게 경제회복을 말하기 어렵다. ▶위기는 최악의 단계에 접어들어야 해결책이 나온다. 이 때 나온 해결책은 경제 이론의 혁신을 불러온다. ▶위기는 강력한 재분배 기능을 한다. 국제경제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다.

 
류허는 “위기가 발생하면 정책 당국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비로소 위기의 전모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며 “또 다시 경제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미연에 방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논문의 또 다른 핵심은 중국이 중국이 2020년까지로 상정한 ‘전략적 기회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류허 주임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중국은 해외 시장의 확대와 국제자본의 유입을 활용해 글로벌 제조대국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한 뒤 “금융위기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몰아친 총수요 부족과 디레버리지(부채 상환) 상황에서 중국은 해외 인수합병과 기초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는 방식으로 경제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공장’식 발전 모델에서 ‘세계의 은행’식 발전 모델로 변신했다는 의미다. 아시아기초설비투자은행(AIIB)설립과 일대일로(一帶一路·신 실크로드 건설) 추진이 국제 경제 상황의 변화를 계산 뒤에 추진하는 전략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류허의 부상은 시진핑의 신임이 가장 큰 이유다. 외교 정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王滬寧·60)과 류허는 동급으로 여겨진다. 시진핑과 베이징 101중학 동문이다. 38군에서 현역으로 복무했으며 인민대 경제학과 석사다. 미국 하버드대 상학원과 케네디스쿨 MPA(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도 갖고 있다. 2013년 5월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톰 도닐런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람이 류허다.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지난 2013년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앞두고 383방안으로 불리는 경제 개혁 방안을 세웠다. 최근 중국 정계에서 유행하는 정층설계(頂層設計:Top-level design)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13차 5개년계획(2016~2020년)을 수립하고 있다.


류허는 과거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주요 도전과 경험의 교훈’이란 논문을 통해 중국 경제의 남미화 방지를 주장했다. 남미 국가는 농업과 목축업 노동자를 현대 경제 영역에서 흡수하는데 실패하면서 도시와 농촌으로 경제 2원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중국은 도시화를 완만하게 추진해야 하며 서비스 산업과 비국유 경제를 발전시켜 경제의 남미화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