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43] 戀人에게 재능을 바친 화가

바람아님 2015. 9. 13. 00:50

조선일보 : 2015.09.12 

제임스 티소 여름 1878 캔버 스에 유채 92.1×51.4㎝ 개인 소장

금빛 찬란한 햇빛이 노란 양산을 비추고 잔디가 짙푸른 걸 보면 여름이 틀림없지만 양산 아래 앉은 여인은 웬일인지 두꺼운 옷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다. 프랑스 화가 제임스 티소(James Tissot·1836~ 1902)의 연인, 캐슬린 뉴턴이다. 그녀는 결핵을 앓고 있었다. 의사는 일광욕과 신선한 공기를 처방했다. 티소는 그녀를 위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주었지만 끝내 병을 이길 수는 없었다.

파리 에콜데보자르에서 전통적인 미술 교육을 받은 티소는 세련된 드로잉과 우아한 색채 구사에 능했다. 그는 런던으로 이주한 다음 상류 사회의 모습을 대단히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담아내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그가 그린 드레스의 풍성한 주름, 반짝이는 리본, 섬세한 레이스와 다채로운 섬유의 질감은 마치 오늘날의 패션 화보를 보는 것처럼 당시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티소의 감각적인 그림은 고가(高價)에 팔렸고, 그는 누구라도 부러워할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티소는 뉴턴을 선택하고 많은 걸 잃었다.

뉴턴은 예쁜 얼굴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여자였다. 불륜이 발각돼 이혼을 당했고, 혼외의 관계에서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낳았다. 오늘날에도 구설에 오를 법한데 당시에는 오죽했겠는가. 결국 티소는 뉴턴과 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사회생활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티소가 남긴 그녀의 초상화를 보면 그가 진정 뉴턴이 아름다울 때나 병으로 고통받을 때나 한결같이 아끼고 사랑했음이 느껴진다.

그런 뉴턴을 잃고 티소는 죽을 때까지 근 20년 동안 은둔해 살았다. 그는 연인을 잃은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여생을 보냈던 것이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티소의 다른 그림들]


Type of Beauty

Winter'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