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64년 예술품을 가지고 있었다면 누구 소유?

바람아님 2015. 9. 15. 00:51

[중앙일보] 입력 2015.09.13 




직계 후손이 없는 사람의 것을 164년간 가지고 있었다면 그 물건은 누구의 것일까.

프랑스가 재판 중인 문제다. 1800년 전후 프랑스 혁명기에 낭만 문학의 대가인 프랑수아 샤토브리앙(1768~1848)의 자서전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무덤 저쪽의 회상』의 유고를 놓고서다.

샤토브리앙이 말년에 구술한 걸 비서가 받아적었다. 샤토브리앙은 사인을 했다. 그는 1837년 원고를 왁스로 봉인한 뒤 법률사무소에 맡겼다. 열쇠 세 개가 있어야 열리는 금고에 보관했다. 자신이 숨진 뒤 발간하는 조건이었다. 10년 뒤 금고가 열리는데 샤토브리앙이 원고를 수정해서였다. 최종본은 3514쪽이 됐다. 다시 금고에 봉인됐다. 자서전은 그가 숨진 후 1년 만인 1849년에 출간됐다.

이 원고는 164년 만인 2013년 세상에 나왔다. 파스칼 뒤프르(58)란 변호사가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50만 유로(6억60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자 프랑스 검찰이 나섰다. 뒤프르를 가중 배임죄를 적용해서 기소했다. 판매는 중단됐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법률사무소에선 164년 간 원고 42책 중 40책을 보관했다. 샤토브리앙이 원고를 맡길 당시 법률사무소엔 장 뒤프르란 직원이 있었는데 이후 아예 그 법률사무소를 인수했다. 파스칼 뒤프르의 5대 조부다.

검찰은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법률사무소는 그저 저장소에 불과하다. 여러 세대에 걸쳐 귀중품을 보관했다고 해서 해당 변호사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는 건 아니다”란 주장이다. 반면 뒤프르 변호인 측은 “샤토브리앙의 후손 누구도 원고를 챙기지 않았다. 원고는 버려진 게다. 그러니 원고가 법률사무소에 보관 중이란 말은 틀렸다. 소유주는 뒤프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부 변호사들이 샤토브리앙의 후손을 추적했는데 제일 가까운 이가 귀 델 라 투르뒤팡이었다. 샤토브리앙 형의 후손이다. 귀는 뒤프르를 상대로 소송을 내진 않았지만 원고를 받길 원하고 있다.

반전이 또 있었다. 파스칼 뒤프르의 부인인 안느도 샤토브리앙의 후손이란 점이다. 안느의 어머니도 델 라 투르뒤팡가 출신으로, 안느와 귀는 오촌쯤 되는 사이다. 르몽드는 "둘이 이제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1차 판결은 12월 10일 나온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1. 프랑수아 샤토브리앙
2. 샤토브리앙의 자서전이자 대표작인 『무덤 저쪽의 회상』의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