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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가 두려운 사람들

바람아님 2015. 9. 28. 01:33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5.09.27 


 성(性)과 관련된 법들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성생활에 족쇄를 채웠다
[뉴스위크]

성적 충동은 “존재·정체성·권력의 교차로에서 불타오른다”고 ‘욕망의 경계(The Boundaries of Desire)’의 저자 에릭 버코위츠가 말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섹스를 규제하는 법적 한계를 다룬 책이다. 버코위츠에 따르면 이 같은 법들은 대체로 터무니없고 사람들의 성생활에 족쇄를 채운 억압 시스템으로 작용했다.

그처럼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행위가 5000년 동안이나 법에서 다뤄진 데는 이유가 있다. 섹스는 필시 육체적·정신적으로 최고 단계의 인간적 화합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섹스와 성정체성은 본질적으로 정치성을 띤다. 힘의 균형을 바꾸는 도구이자 문화 규범을 반영하고 때로는 그에 저항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 주제에 관한 무수한 연구 중 주디스 매케이 박사의 논문이 부부행위의 방대한 문화적 차이점을 잘 드러낸다. 평범한 프랑스인이 1년 동안 하는 섹스 회수는 평균적인 홍콩 주민의 3배에 가깝다. 어떤 나라에선 특정 연령을 넘어서면 섹스를 아예 중단하는 듯하다. 가령 인도에선 딸이 결혼하거나 손주를 보면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부부가 많다.

이미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허덕이는 일본에선 국민적인 섹스 가뭄(sex drought)이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동력이 사회 버팀목 역할을 오래 하지 못할 전망이다. 그런 까닭에 세계 시장은 일본에 대한 투자를 꺼려 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2013년 기사에서 일본 청년 세대 중 ‘독신 증후군’(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섹스하지 않는 증후군’)을 당연시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일본 남성은 섹스에 상당히 큰 두려움을 갖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실제 연애보다 ‘연애 시뮬레이션 비디오 게임과 휴가여행’을 선호할 정도다. 일본 여성 중 다수는 일본문화의 엄격한 규범에 따라 가족과 일 중에 양자택일을 강요 받는다. 직장을 다니는 기혼 여성은 종종 ‘악처(devil wives)’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중국에선 유력인사라면 누구나 정부(mistress)를 두는 관습이 있다. 이 같은 관행이 상당히 깊이 뿌리 내렸다. 요즘엔 정부에도 단계가 있다. ‘얼나이’는 여자친구 역할에 그치고 ‘샤오산(小三)’은 부부 사이에 끼어든다.

“관리 정도되면 정부 아니면 적어도 여자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샤오슈라는 한 정부가 디지털 매거진 이온에 말했다. “없다면 진정한 사내가 아니다.” (중국에선 갑부 게이 남성도 남자친구 모르게 정부를 둔다.) 그러나 정부 문화가 아무리 만연해도 여전히 위험은 따른다. 전 남자친구나 애인의 부인이 인터넷을 이용해 정부에게 보복하기도 한다.

인도 통신부는 올 여름 850개가 넘는 포르노 사이트를 사실상 차단했다. 곧바로 대중매체 검열과 정부의 부정부패에 관한 비난이 쏟아졌다. 아동 포르노 관련 사이트를 제외하고 금지됐던 사이트 중 상당수가 다시 문을 열었다. 지금은 폐쇄 철회조치도 후폭풍을 맞고 있다. 종교 우파뿐 아니라 폭력적인 외설물에 관해 우려하는 여성 권익 옹호 운동가들이 들고 일어섰다.

외설물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폭력을 조장하든 않든 아프리카와 중동에선 여성에게 더 명백한 위협이 횡행한다. 여성 성기절단(female genital mutilation, FGM) 즉 할례다. 고대의 문화적 전통인 FGM을 가리켜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 이외의 목적으로 여성 생식기를 훼손하거나 변형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한다. WHO는 FGM을 여성 그리고 종종 아동의 인권 침해로 분류한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전반에 그런 관행이 널리 퍼져있다. 29개국에서 1억2500만 명이 넘는 소녀가 FGM을 받았다. FGM을 용인하는 문화에선 음핵을 절단 또는 제거함으로써 여성이 성욕 없이 살아가며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유지한다고 믿는다.

FGM을 행하는 나라들은 예상대로 다른 성적인 문제에서도 보수적이다. 예컨대 아프리카 대륙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남아공뿐이다.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에선 동성애자이거나 동성인 사람과 성행위를 할 경우 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케냐에선 무려 14년 형을 받기도 한다.

지난여름 아프리카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케냐의 성적 소수자(LGBT) 박해 문제를 언급했다. “성적 취향에 근거해 국가가 사람들을 차별해선 안 된다.” 하지만 케냐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는 동성애자 권리 문제보다 건강의료, 인프라,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 더 중요한 문제가 많다고 대꾸했다. “오늘날 케냐인에게 사실상 동성애자 권익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케냐타 대통령이 말했다.

버코위츠는 ‘욕망의 경계’에서 이 같은 법과 관행의 중심에는 모두 통제, 지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금지하는 쾌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화와 정부가 성행위와 성적 관심을 억누르는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런 방법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탐구하거나, 취약점을 드러내거나, 신체적 접촉을 갈망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면서 자신들의 기준으로 섹스를 규정할 수 있다.

데이팅 앱, 가상현실 포르노, 섹스 로봇 등 첨단기술 섹스 산업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호황을 구가하는 시대다. 그와 같은 시대적 배경에선 자기탐구(self-exploration), 성숙함, 친밀함 같은 인간적 요소가 어느 때보다 더 큰 성적 매력을 지닌다.

글=마야 웨비스 뉴스위크 기자\
번역=차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