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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 주석에게 불만 말하라"..경쟁과 공생의 대국관계

바람아님 2015. 10. 1. 09:06
SBS 2015-9-30

시진핑 중국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에 앞서 미 정부가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을 불러 이런 당부를 한 것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 기업인이 귀뜸해줬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차별을 받고 있고, 중국 정부의 묵인과 비호속에 중국 기업과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미국 정부에 제기하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꼭 시 주석에게도 그동안 미국 정부에 제기한 중국시장에 대한 불만을 직접 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미국 업계에서는 시진핑 집권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 등에 대한 반독점 조사 등으로 불만이 커진 상황이었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해야하는데 이런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장벽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수도 워싱턴 방문에 앞서 시 주석이 서부 시애틀을 방문해 IT전문가들과 미국내 주요기업인들을 만나는 일정을 염두에 두고 미국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불만제기를 독려한 것인데,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 재계 관계자에게 시 주석을 만날 때 중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는 보도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나왔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방미 첫날 미국 중기업협의회가 주최한 시애틀 만찬에서 이런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스타트는 정부측이 끊었습니다. 프리츠커 상무부 장관이 연설에서 “미국 기업은 중국의 투명하지 않은 법과 규제, 변덕스러운 지식재산권 보호, 차별정책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존  프리시 미·중기업협의회 회장이 “중국 정부의 야심찬 경제개혁이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기업이 느끼기에는 미미하다”고 이어갔습니다. 


프리시 회장은 “중국은 아직 많은 분야에서 (외자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철폐하지 않았고 공정경쟁 환경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면서 한 설문조사결과도 제시했는데요 낙관적으로 중국 시장을 보던 미국 기업인 비중이 2010년 58%에서 최근 24%로 절반이상 줄었다는 것입니다.


시 주석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시장 개방은 중국의 기본 정책 중 하나로 외국자본 유치에 대한 정책 변경은 없을 것”이라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 규칙을 따르고, 다국적 기업 정책과 규범을 존중한다”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노력했습니다.


이번 미중 회담에서 경제부분 핵심의제인 BTI, 즉 양자투자협정 체결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전은 있었습니다.두 정상은 BTI 체결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타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기업투자가 자국의 국가안보에 저촉되는지를 심의할 때 핵심문제만 심의하기로 하고 광범위한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심의대상에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2008년부터 21차례나 BTI실무협상이 계속돼 왔는데 두 정상이 필요성을 인정한만큼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국이 IMF,국제통화기금의 SDR, 즉 특별인출권 가입을 위한 미국의 지지도 끌어냈습니다.중국 언론은 이번 방미에서 49개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고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경제분야라고 평가하는 등 시진핑 주석의 방미가 큰 성과를 거뒀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경제분야 외에도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기후변화와 지역안보, 반테러협력, 인도적 지원, 이란 핵, 사이버해킹방지 등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밀어부치는 기후변화 대응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2017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며 화답했고 보잉 여객기 300대 구매, 유엔발전에 10년간 10억달러 제공 등 통 큰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협력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여러 면에서 중국의 굴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않는 중국의 여러 상황을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중국은 나름대로의 주장을 펴며 마이웨이를 고집했습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영유권 주장과 인공섬 건설을 중대한 위협이라고 하자 예로부터 중국 땅이라며 일축했습니다. 인권문제와 티베트 탄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민주주의와 인권은 인류의 공통 절차지만, 모든 나라는 서로 다른 역사적 과정과 현실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받았고 미국 정부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해킹에 대해서도 부인했습니다.

민주당의 유력대권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시진핑 주석이 유엔을 방문해 여성 권리를 위한 정상회담을 공동주최한 데 대해 “수치를 모른다”고 노골적으로 공격했습니다. 


힐러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 주석이 여성주의자를 탄압하면서 유엔에서 여성 권리에 대한 회의를 주최한다는데 부끄러운 줄 모르는군요”라며 비난하며 중국이 지난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폭력 반대 운동을 벌인 여성주의 활동가 5명을 구속 수감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뉴욕타임스 기사를 링크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중국의 인권상황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비판적입니다.


분명한 입장 차를 드러낸 이런 현안들 때문에 공동선언문 못지않게 두 정상의 공동기자회견 내용을 놓고도 양국은 상당시간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정상회담 발표문에는 북한을 겨냥한 시 주석의 발언이 빠졌습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변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게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번 방미를 통해  중국은 거듭 신형 대국관계를 확인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중국 부상의 무게를 미국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적인 굴기를 환영한다'고 말했는데 방점은 '평화'에 맞춰 있습니다. 다시 말해 평화를 해치거나 위협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굴기를 환영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국제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과 그를 따라 잡으려 쫓아오는 중국, 두 대국의 관계는 과거 미소 냉전시대와는 사뭇 다른 협력과 경쟁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바탕에 '평화'가 깔려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우식 기자kwsik@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