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동서남북] 중국 경제위기에서 공산당의 한계를 보다

바람아님 2015. 10. 1. 09:49

(출처-조선일보 2015.10.01 김기훈 디지털뉴스본부 콘텐츠팀장)


김기훈 디지털뉴스본부 콘텐츠팀장중국의 제조업 실적이 급락하면서 세계 증시가 또다시 발작을 일으켰다. 
한두 번은 그러려니 하던 글로벌 투자자들도 몸살이 잦자 중국 경제 사령탑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다. 의문의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 경제 사령탑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를 이끄는 재닛 옐런 의장이다. 
옐런 의장의 중국 파트너는 공식적으로는 런민은행 총재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지위가 훨씬 높은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입을 쳐다본다. 
미국 연준은 행정부와 독립되어 있는 반면 중국 런민은행은 국무원 산하 기구이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통화정책 과정에서 대체로 유연하게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연기하자 금융시장은 "시장 기대를 수용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리 총리는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뻣뻣한 정책을 내놓기 일쑤다. 최근 석 달간의 상황이 그랬다.

리 총리는 지난 7월 초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23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 
연기금에 정부 자금을 빌려줘 주식을 사들이도록 했다. 
한국이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사용했던 대표적인 관치금융(官治金融) 방식이다. 
하지만 실탄만 낭비하고 실패로 끝났다.

환율정책에서도 허점을 보였다. 
8월에 단 사흘 동안 위안화 환율을 4.5%나 올리는 바람에 국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자 허겁지겁 뒷수습에 나섰다. 
열흘쯤 뒤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평가절하(환율 상승)될 근거는 없다"고 못 박았고, 
지난달에는 "위안화 값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을 유지할 것"이라며 변동폭까지 제시했다. 
환율정책은 극비 사항이라 언급을 않거나 "시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원론만 되풀이하는 것이 국제 관례이다. 
이런 관례에 어긋나니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는 것 아닌가.

리 총리의 실패 원인은 어디 있을까. 전문가들은 "브레이크 없는 공산당 일당독재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시장 친화적 정책을 구사하고 여당과 야당이 의회에서 사후 점검한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이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에 맞춰 시장도 쉽게 제한한다. 
지난달 공산당 서열 2위인 리 총리는 2020년까지 국유기업에 시장메커니즘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희망찬 선언을 했다. 
하지만 그 옆에 "국유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영도(領導)를 견지한다"는 목표가 버젓이 함께 붙어 있다. 공산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시장 경쟁도 확대하겠다는 13억명의 주장에 나머지 60억명의 세계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발전하면서 G2 국가로 성장했다. 
그 여파로 시장과 정치 간의 모순은 심해지고 있는 반면 정치 개혁은 기껏해야 당 내부나 행정부의 절차 개혁에 그치고 있다. 
지도층은 국제 감각이 부족하고 정책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예측 불가능'투성이다. 
그래서 한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계속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는 1859년 '정치경제학 비판' 서문에서 자기 사상의 핵심을 이렇게 요약했다. 
"사회의 경제적 토대가 변화하면 (정치·법률 등) 모든 거대한 상부구조가 천천히 혹은 급격하게 바뀌게 된다." 
중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