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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초점] 한국·대만의 경제력 경쟁, 지금부터가 진검승부다

바람아님 2015. 10. 12. 09:45

(출처-조선일보 2015.10.12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韓·대만, 한때 유사한 성공전략… 수년째 무역 침체로 함께 苦戰
한국, 금리 인하로 대만 제칠 듯
한·중 FTA 체결로 유리한 환경 인구 노령화로 내수 약화 예상
중장기적 수출 대책 강화해야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한때 한국 경제를 대만과 비교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둘 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고, 정부 주도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했고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겪은 전쟁 때문인지 인구 구조도 비슷해 1970년대에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사회로 진출하면서 성장 동력이 됐다.

다른 점도 있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형성된 반면 대만은 중소기업이 끌어가는 구조였다. 
대기업의 부작용을 걱정하던 이들은 중소기업 위주의 대만이 성장의 선순환에 바람직하다고 보았고 
성장에 주안점을 둔 이들은 대기업이 가질 수 있는 국제 경쟁력에 주목했다.

지금 와서 어떤 방식이 나았느냐고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크게 본다면 70년대의 여타 개발도상국과 비교하면 한국과 대만 모두 생활수준이 월등히 나아졌기 때문이다. 
한때 유행하던 자립경제론이나 종속경제론을 정책 기조로 삼은 일부 개발도상국은 근 40년이 지난 지금도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그동안 경제성장률은 한국이 높았고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좀 나은 편인 반면 성장의 안정성이나 
일부 사회지표에서는 대만이 나은 점이 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작년까지의 누적 성과를 보면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약간 앞섰다. 하지만 한국은 올해 발 빠른 추경 집행과 지속적 금리 인하로 대만을 제칠 것 같다.

따라서 두 나라 경제에 대한 평가는 과거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대처에 달렸다. 
제조업 수출을 동력으로 성공적으로 성장해 온 대만과 한국 경제로서는 수년간 지속하고 있는 세계 무역 침체는 큰 어려움이다. 또한 중국과 이웃한 것이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지만 위험도 있다. 대만과 한국의 크고 작은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든 고객 관계가 되든 방대한 내수 시장의 혜택을 입는 중국 기업에 비해 열세에 처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체결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설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나갈지 국제금융시장은 주목할 것이다. 
외부에서 오는 위험을 내다보면, 아시아 외환위기나 국제 금융위기 때와 같은 금융 불안보다는 실물경제의 침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뿐 아니라 대다수 신흥국이 예전과 달리 국제수지나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등에서 건실한 편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전과는 다르게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외에는 거의 모든 선진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수년간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 무역의 침체는 실물경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여 향후 
간접적으로 금융 불안을 야기할 위험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은 단기적인 경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수출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인구 노령화로 점진적으로 약화하는 내수를 해외 수요가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업종은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대응하여 혁신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무역 침체의 지속으로 기업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더 악화할 우려가 있으면 추가 부양책도 때맞춰 집행해야 한다.

한국보다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 큰 대만은 지난달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단기 금리가 이미 1% 미만인데 금리를 더 낮추게 되니 자본 유출이 늘어 대만달러 절상 압력도 줄고 내수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 절상압력에 현재로서는 해외금융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 회복이 미흡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이 지연된다면 추가 금리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