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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 한국경제 되살릴 '넛지효과' 시급

바람아님 2015. 9. 30. 09:29
이데일리 2015-9-30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前) 한국금융연구원장]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명으로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 경제는 내수만으로 버티기에 부족하다. 우리가 보유한 수많은 생산설비와 일자리는 내수만이 아닌 외수(外需)를 전제로 유지하고 있어 수출이 정체되거나 줄면 소득과 일자리가 모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외수상황에 이상한 점이 감지되고 있다.

첫번째, 지난 7월까지 우리의 국제수지 기준 수출실적을 보면 충격적이다.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0.6% 감소했고 수입은 18.7% 줄어들었다. 7월까지의 누적수출액 규모를 보면 품목별로 석유제품 수출이 무려 34.9% 감소했고 가전제품이 23.1%나 줄어 2위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일(對日) 수출이 19.3% 줄었고 유럽연합(EU)이 13% 정도 감소했다. 대미(對美) 수출만이 4.9% 증가했을 뿐 나머지 지역 수출이 골고루 줄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두번째, 2015년 상반기 세계경제 교역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주요 67개국 교역액은 전년동기대비 12% 정도 감소했는데 이는 글로벌 위기 직후 최악의 상황을 기록한 2009년(-22.6%)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국제교역액수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가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교역물량만을 보면 2% 정도 증가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를 바꾸어 보면 교역단가 하락이 교역액수 하락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유가하락과 광물가격 하락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하락이 국제교역 감소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자원수출이 많은 신흥국이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경제가 선진국 보다는 신흥국에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점도 문제다. 특히 중국의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대중(對中)수출이 3% 가까이 감소한 부분도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세번째, 엔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엔화는 올해 들어 8월까지 엔·달러 기준으로 무려 18% 정도 하락했다. 원화도 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엔화보다는 하락폭이 작아 엔화는 원화에 비해 10% 가량 하락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엔저로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우리의 세계 수출물량은 0.49% 하락한다. 특히 농수산·전기·전자·철강 분야의 타격이 크다. 문제는 엔저가 4분기에도 반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에도 전반적인 경기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 금리인상이 잠깐 연기되기는 했지만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우리는 불황형 흑자이기는 하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화끈한(?) 원화절하를 유도하기도 힘들다. 결국 위안화 절하, 엔저, 미국금리 인상, 신흥국 경제부진 등 주요국 통화 환율 정책기조 및 경제상황이 모두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모습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따로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필요하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의 양대 축을 통해 외화부문을 충실히 챙기면서 내수가 급격히 식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수가 줄어드는데 내수까지 하락하면 이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내수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자영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건드리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내수촉진을 위해 특별 휴일 같은 ‘넛지’적 요소를 담은 정책도 추진해 성장엔진이 식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민구 (gentl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