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5-10-13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6~9월 4개월간 한국,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7개국 증시에서 총 231억7000만달러의 주식을 팔았다. 7개국 가운데 순매도액이 가장 큰 곳은 한국으로, 그 규모는 79억달러 수준이었는데 특히 8월엔 36억2000만달러를 기록했고, 9월엔 16억1000만달러였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지난해 1900억달러로 세계 1위다. 일본은 1630억달러, 미국은 1590억달러였다. 이러니 중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독감에 걸릴 수밖에 없다. 주가가 폭락한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시킨 점, Fed가 중국 상황을 고려해 금리 수준을 동결한 부분이 오히려 중국 경제 상황 악화를 확인시켜 주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 양적 완화를 통해 자금을 충분히 공급했고, 이 자금은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시장의 두 채널을 통해 기업으로 흘러들어 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렇게 두 개의 채널이 가동된 결과 신흥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2004년 47%에서 73%까지 커졌다. 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작아졌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급격히 커졌다. 양적 완화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난 셈이다. 신흥국 기업 부채의 총 규모가 2004년 4조달러에서 2014년 18조달러까지 증가했으니 미국 양적 완화의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달러 자금이 저리로 풍부하게 제공되다 보니 신흥국 기업들은 즐거운 한때를 보낸 셈이다. 한국도 이 비율의 증가폭이 약 10%포인트로 주요 신흥국 중 9위 정도다.
그러나 이제 잔치는 끝났다. 자산이 잘 축적되고 이윤을 잘 내는 기업은 문제가 크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당히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이 직접 채권으로 외화 자금을 조달한 경우 이를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달까지 달러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117억달러 정도로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감소한 상황이다. 과거 동양사태도 직접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 화근이 돼 위기로 이어진 바 있다. 상황이 안 좋으면 간접금융시장과 직접금융시장 모두에서 이상이 발생하면서 자금 흐름이 긴박해질 것이고,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기업부문이 될 것이다.
이제 신흥국 기업들은 당분간 ‘자금 가뭄’에 시달릴 것이다. ‘춘궁기’가 아닌 ‘추궁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가 받쳐주고 있고 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돼 그나마 낫지만 ‘대중국 수출 1위 국가’라는 점이 부각되는 상황이라 중국 경기둔화가 뚜렷해지면 부정적 영향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9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3%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제 자금 가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세계 경제 상황은 항상 우리에게 도전을 안겨준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종료되고 금리가 정상화되는 것은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이지만 중국 경제 부진과 자원가격 하락 등의 부정적 요인이 겹쳐지면서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양쪽이 동시에 강타당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그러나 ‘가을 가뭄’이 오더라도 ‘추수’ 자체를 망칠 수는 없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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