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015-10-13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된지 11년째를 맞고 있다. 이 법은 현재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대에 올라 폐지와 존치 논란의 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또 지난 8월11일 국제 앰네스티가 성매매 비범죄화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형국이다.
특히 최근에는 성매매여성들이 "특별법 제정이후 오히려 불 탈법 성매매가 늘어나면서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일부 합법화를 통해 양성화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등 갈수록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뉴시스는 이를 계기로 한 성매매 여성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성매매 여성들은 어떤 생각과 주장을 갖고 있는지, 또 외국의 논란은 어떤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 》
"제 일이 남들 앞에서 자랑할만큼 떳떳하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들이 제 얼굴에 침을 뱉어도 대꾸 한마디 못할 정도로 천대받는 게 정당하다고는 생각 안해요."
영등포 집창촌에서 일을 한 지 5년이 됐다는 이씨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모두 힘들지만 그보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더 힘들다"며 "사기치는 것도, 도둑질하는 것도 아닌데 창녀라고 노골적으로 욕하며 야유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가게에 나와있으면 어떤 아주머니는 손가락질 하면서 지나가고 젊은 남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며 멋대로 아가씨들을 찍고 인터넷에 올려버려요.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죠. 그 사람들은... 꼭... 그래야만 했었을까요?"
멸시와 호기심 사이에서 그녀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신세였다.
그녀는 한때 세상에 대한 부푼 꿈으로 가득한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빚에 떠밀려 어느새 '인생 종착역'에 다다랐다. 그러나 단 한번도 인생을 '막' 산적은 없다.
남들처럼 힘든 몸 추스리며 열심히 일했고 손님들 비위 맞춰가며 자존심도 접어뒀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노동자 지위를 얻지 못했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지난 9월23일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11년이 되는 날이었다. 전국에서 올라온 성매매 여성 70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성매매 특별법 페지를 요구했다. 성매매가 음성화되면서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물론 미성년자 동원 등 더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법적 테두리안에서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제한적으로 시행하는게 맞지 않을까 한다"면서 "성매매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제는 사회가 냉철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오후 4시쯤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준비한다. 오후 8시가 되면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는데 보통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계속한다. 몸이 피곤하거나 아프면 눈치 보지 않고 쉴 수도 있다. 요새 집창촌에 아가씨들이 없다 보니 업주들도 최대한 아가씨들 편의를 봐 준다. 평균 주 1~2회 정도 쉰다"
- 한 달에 얼마나 버나.
"15분에 7만원, 30분 14만원, 1시간 21만원 정도다. 보통 업주랑 반반씩 나눠가진다. 6명 정도면 손님을 많이 받는 축이고 한 명도 안 올때도 있다. 한 달에 보통 400만원 정도 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자고 이 일을 하는건데 집세 부담때문에 보통 아가씨들은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 집창촌에 아가씨는 얼마나 있나.
"요즘에는 한 가게당 3~4명 정도다. 많은 곳은 8명 정도라고 하는데 많이 줄었다. 단속이 심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단속 빈도가 덜한 지방으로 많이 내려가기도 하고 안마방에 가는 경우도 많다"
- 단속은 얼마나 자주 실시되나. 걸리면 어떤 처벌을 받나.
"대중없지만 보통 1년에 4번 정도 불시에 나온다. 경찰이 뜨면 다른 가게들한테서 연락이 온다. 한번 걸리면 아가씨와 업주한테 각각 벌금이 부과된다. 처음 걸렸을 때는 100만원이고 재차, 삼차 걸리면 벌금 더 높아진다"
- 벌금이 꽤 쎄다.
"나는 훈방조치로 끝났지만 벌금액이 크다 보니 한 번 단속이 뜨면 증거물 없앤다고 아가씨가 콘돔을 삼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기습 단속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손님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사정을 못 했다고 다시 화대를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안 된다고 했더니 화나서 경찰에 신고하더라"
- 손님들 비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별별 사람들을 다 본다. 기본적으로 술 먹은 사람은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 대화도 안 통하고 상대하기가 힘드니까. 그래서 술 깨면 오라고 돌려보내는데, 어떤 아저씨는 '창녀들 주제에 왜 안하냐'며 얼굴에 침뱉고 욕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럴 땐 참 속상하고 회의감도 많이 든다. 2~30대 젊은 남자들도 지나가면서 가게에 앉아있는 아가씨들을 멋대로 촬영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이런 일 한다고 해서 인격이 없는것도 아니고... 호기심으로 하는 일이 우리한테는 상처다"
-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나.
"20대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회사원, 학생, 장애인 등 다양하다. 대부분 혼자사는 사람들이다. 자폐증청년이 온 경우도 있었다. 그 사람한테는 여자가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냥 여자랑 이야기하고 싶어 왔다면서 앉아만 있다가 돌아갔다. 외로운 사람이 참 많이 온다. 와서 남한테 못하는 말, 창피한 거, 집안얘기 등 하염없이 혼잣말만 하다 간다. 참 애잔하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사람이 너무 외로워서 자살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성매매를 성노동이라고 칭하는데 직업으로 생각한 적이 있나.
"물론 환영받는 직업은 아니다. 이 일을 남에게 권유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둑질하거나 사기쳐서 번 돈도 아니고 떳떳하게 정당하게 일해서 받는 대가다. 자존심도 깔아뭉개야 하고 몸도 축난다. 쉽게 버는 돈이 절대 아니다. 노동이 아닌 이유가 있나"
- 서른이 넘어서 시작했는데 좀 늦은 나이 아니었나.
"이것저것 사업을 하다 잘 안 됐다. 하루아침에 3억원의 빚이 생겼다. 식당도 나가봤는데 100만원 남짓 받고서는 빚 갚느라 생활이 안 됐다. 밥을 굶은 적도 많다. 죽어버릴까 생각하는데 아는 사람이 이 일을 권하더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면서. 나도 처음에는 성매매를 혐오스럽게 봤다. 일하는 아가씨들도 이해 안 됐고. 그런데 여기와서 보니 진짜 힘들게 살다 이쪽으로 온 경우도 많더라. 아는 언니는 이혼하고 나서 애들먹여 살리려고 이곳에 왔다. 당장 만원 한 장이 없는데 어디가서 일을 하나. 물론 쉽게 돈 벌려고 오는 아가씨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식구들 부양해야한다면서 이곳에서 열심히 살려고 한다"
- 가족은 알고 있나.
"부모님 생각하면 죄송하고 부끄럽다. 직접 드러내놓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계신 것 같다. 여동생이나 언니한테는 말했는데 처음에는 나보고 미쳤다고 했다. 몇 년 동안은 내 얼굴도 안 봤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 있으면서도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주니까 조금씩 마음을 풀더라.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보겠다고도 말했다"
- 선택에 후회한 적은 없나.
"왜 없겠나. 이곳에 오고 처음 몇 달은 매일 울었다. 그런데 살겠다고 이곳에 왔는데 감성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약해지지 말자 매일 다짐했다. 지금도 여자로서 수치심을 느낄 때도 많다. 타임머신이 있어서 5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이 일을 안하고 싶지만 글쎄...다른 대안이 없으니 또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40~50대에도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 환경도 열악하고 법적으로 보호도 못 받으니까. 여기 있는 아가씨들 가운데는 이곳 생활에 젖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자립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친구들도 많다. 밤에는 일하면서 낮에는 네일아트 배우고 제빵학원 다니는 경우도 있고. 나는 전세금 마련할 돈만 모이면 나가서 조그만 커피숍이라도 할 계획이다. 3억 빚 중 이제 1000만원만 남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한테 성욕을 평생 참으라고만 할 수 있나. 독거남, 장애인 등은 도대체 어디서 성욕을 해결하겠나. 성매매가 없어지면 성범죄는 더 증가할게 뻔하다. 그저 용납안된다고 없앨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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