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아침 편지] 두만강 하류에 부는 統一의 훈풍

바람아님 2015. 10. 16. 09:55

(출처-조선일보 2015.10.16 박원호 기술사 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


박원호 기술사 하우엔지니어링 부사장필자는 지난 9월 23~26일까지 두만강 하구의 3국 접경 지역에 갔다. 
'남북물류포럼'과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공동 주관의 남북물류포럼 세미나에 참석하여 현장을 둘러보았다. 
지린성(吉林省) 옌볜조선족자치주 훈춘시의 3국 접경지대에 가보니 공동개발 현장 중 중국 측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통일은 아득한 훗날의 일이라 여겼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통일은 잘만 하면 10년 이내에, 아니 5년 이내라도 '한밤중 도적처럼' 닥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훈춘 팡촨(防川)지구의 개발 속도가 빠르다. 
북·중·러 3국 접경지대, 팡촨지구 내 45만평 부지에 포스코현대 국제물류유한공사가 완공 직전에 있고, 벌써 영업 중이다. 
중국 정부와 훈춘시 정부가 포스코현대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현지 투자 외국 기업에 기반시설을 해주는데 대개 접속도로, 상·하수도, 전기의 4통(通) 정도만 지원해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소위 '7통'으로 4통에 이어 통신, 에너지, 철도(진행 중)까지 해주었다. 
또한 창춘-단둥 간 고속철과 창춘-훈춘 간 고속철이 지난 9월 20일 개통되었다는 사실은 시베리아철도와 한반도 관통철도를 
중국 주도로 유인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둘째, 유가 하락으로 재정난에 몰려 있는 러시아가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한국에 팔려고 적극적이다. 
천연가스 가스관은 반드시 북한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동안 러시아는 수차례 한국에서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셋째, 경원선 철도(서울-원산 간) 단절 구간에 대한 복원 기공식이 지난 8월 5일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유라시안 이니셔티브'의 마중물이자 한반도 종단철도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넷째,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적 돌파구를 위해 공동으로 김정은 정권에 개방 압력을 넣고 있다는 점이다. 
기실 3국 접경지대의 두만강지구 개발은 이미 1992년부터 UNDP(유엔개발계획) 지원하에 공동 개발이 전제된 사항이다. 
다섯째, 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 내에 북한 기능공(1000명 수용) 숙소가 완공되어 있다. 
3국 접경지대는 북·중·러와 한국이 공동 번영을 위한 역할 분담이 이미 결정되어 있고, 북한 역시 값싼 인건비에 우수한 기능 
인력을 제공한다는 전제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들 말고도 이곳의 발전에는 교육열 높은 동북 3성 조선족들이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 등등 희망적인 근거는 아주 많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통일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북녘 분위기였다
중국 훈춘은 앞장서서 내달리고 있는데, 두만강 건너편 북녘 땅은 겨울잠에 빠져 있는 듯했다. 
물류에 관해서도 선점(先占)이 승자 독식으로 대세가 되어가는 글로벌 시대이다. 
누가 저들의 긴 겨울잠을 깨울 것인가?


北-中접경 무관세 교역 ‘호시 무역구’ 100년 만에 부활 현장

 

동아일보 2015-10-16

 

한국인도 입점 허용, 北에 판매 가능… 단둥 교민들 “5·24 우회 통로 될 듯”

북적이는 北전시관 15일 중국 단둥에서 100년 만에 부활한 북-중자유무역구(호시 무역구) 개소식에 맞춰 개막한 ‘제4회 북-중 경제무역관광박람회’의 북한 전시관 모습. 천장에는 인공기가 걸려 있다. 단둥=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5일 오전 10시 중국 단둥(丹東) 신도시 원안(文安) 로 궈먼(國門) 항 과학기술우진청(五金城) 건물. 랴오닝 성 정부와 주선양 북한대사관 관계자 그리고 대북사업가와 시민, 취재진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시 무역구(互市貿易區)’ 개소식이 열렸다. 김영남 주선양 북한총영사관 부영사의 모습도 보였다.

행사장 뒤편 고층 아파트에는 ‘북-중 경제무역의 새로운 장을 열다’는 중국어 문구가 적힌 빨간색 플래카드가 길게 걸려 있었다. 행사장 주변과 거리 곳곳에도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가 가득 걸려 북-중 우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거리 곳곳에도 ‘호시 무역구’ 개소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였다. 행사장 주변에는 ‘가발 생산자 200명이 있는 임가공 공장을 찾습니다’ ‘조중(북한과 중국) 현금거래의 새 통로를 개척하고 호상(互相) 무역을 통해 호상리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처럼 중국 측 사업 파트너들을 찾는 북한식 안내문들도 즐비했다.

‘호시 무역구’가 들어서는 곳은 단둥 중심지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로 비교적 외곽에 속한다. 북한과 중국 주민들의 무관세 교역 구역으로 양국 국경지역 반경 20km 이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하루 8000위안(약 143만 원) 이하의 상품을 관세 없이 사고팔 수 있다. 국경무역의 일종인 ‘호시’는 한반도와 국경을 맞댄 단둥이 가진 지리적 특징 때문에 구한말까지 유지됐으나 일제 강점 후 중단됐다가 이번에 100년 만에 부활돼 관심을 끌었다. 향후 북한과 중국을 잇는 ‘중조 압록강대교’까지 개통되면 단둥을 통한 북-중 교역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 “中과 교역 트자” 北기업 100개 몰려 ▼

행사장에서 만난 단둥 시 계획국 소속 50대 중간 간부는 “지난 3년간 북-중 관계가 얼어붙었지만 10일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의 북한 열병식 참가를 계기로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고 있다”며 “북-중 관계가 개선되면 단둥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역구에 입점할 예정인 상점들이 실제 영업을 시작하려면 내년 4월에나 가능하다. 북한 주민이나 상인들의 동선을 통제하는 문제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은 현재 약 50개 업체가 점포 개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융셩(劉勇勝) 투자유치 총감은 “한국 러시아도 점포 개설이 가능하다”며 “1, 2층을 함께 쓸 수 있는 점포 면적 72m²당 보증금 1000위안(약 18만 원)에 월세 1700위안(약 30만 원)만 내면 2년 계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관심이 있는 한국 투자자들이 일정 수 있으면 한인회 등을 찾아가 설명회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단둥의 한 교민은 행사장에서 기자에게 “한국 제품이 북한에 판매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열린 셈”이라고 했다.

단둥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단둥 시 연간 무역액의 40%가 북한과의 거래이고 북한도 대중 무역의 70%를 단둥에서 하고 있다”며 “5·24조치로 대북 거래가 완전히 끊겨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번 호시 무역구 개설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단둥 시 공안 자료에 따르면 6, 7년 전 3000여 명에 이르던 한국인은 북-중 교역 중단으로 700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무역구 개소식과 별도로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제4회 북-중 경제무역관광박람회(15∼18일)도 열렸다. 매년 열리는 박람회이지만 올해 처음으로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국가급 행사로 격상됐다. 북한은 무역성, 외무성, 국제전람사, 만수대 창작사, 투자합영우원회 등으로 400여 명(무역대표 300명 포함)의 대표단을 파견했으며 총 100개의 기업을 보내 달라진 북-중 관계를 느끼게 했다.

박람회장 건물 오른쪽 먹거리 시장(일종의 푸드코트)에는 중국과 북한의 다양한 음식들이 선보였는데 단둥에 진출한 북한 식당인 ‘해당화’ 등도 보였다. 의류 식품 민속문화 장식품 의약품 등 북한 물품들을 선보인 ‘조선 전시 구역’에 자리한 100여 개 부스에는 천장까지 인공기로 가득했다. 주변을 오가는 대다수 북한 상인들은 가슴에 김일성 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었다. ‘금강산 관광총공사’에서 나왔다는 한 북한 여성은 꿀을 들어 보이며 “이 꿀만 먹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자랑했다. 희귀 돌(石)을 판다는 ‘고려 미석관’의 한 북한 남성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박람회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했다.

북한은 상품 전시관과 별도로 홍보관을 설치해 주로 중국어로 제작한 북한 안내책자와 관광지 소개, 김일성 3대의 어록집 등을 팔기도 했다. 홍보관 정면에는 왼쪽부터 김정일 김일성 김정은의 활동사진을 걸었다. 마치 평양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 호시(互市) 무역 ::

국경에서 일어나는 자유무역의 일종. 사전적으로는 ‘양쪽에서 번갈아 가며 장이 열린다’는 뜻. 단둥의 경우 한반도와 국경을 맞댄 지리적 이점 덕분에 구한말까지 유지됐지만 일제 강점 뒤 중단됐다. 랴오닝 성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호시 무역을 재개하기로 하고 올해 6월 단둥에 무역구 설치를 승인했다.

단둥=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