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좀 보세요. 고대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통치한 적 있다고요? 너무 웃겨요!”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정체불명의 고대사 지도가 혐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삼국시대에 고구려, 신라, 백제가 일본은 물론 중국 영토의 대부분을 점령한 것으로 표기한 지도다. 또 다른 지도는 고려를 ‘만리 대국’으로 묘사했다.
자신이 대만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지도들을 첨부하며 “우스꽝스럽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트윗은 순식간에 1300회 이상 리트윗 됐다. “망상의 산물이다” “불쌍하단 말밖에 안 나오네” “동아시아의 열등 국가” 등 동조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해당 네티즌은 며칠 뒤에도 비슷한 내용의 지도를 올리며 한국 고등학교 교과서가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이미지들은 한국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아니었다. 현재는 절판 된 역사 연구 서적이거나 ‘북한사서’처럼 불분명한 출처로 퍼지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지난 2008년에도 똑같은 지도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상고사·고대사는 주변국과의 역사적 시각차만큼이나 국내 역사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분야다.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상고사 및 고대사 부분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숱한 우려를 낳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재야 사학자들은 조선사편수회에서 활동한 이병도의 제자들이 학계를 장악했다며 기존 사학계를 식민사관론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주류 학자들은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의 일부 학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논쟁이 계속되면서 일부 사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지도를 제작하고, 이런 자료들이 인터넷에서 반복적으로 확산 되고 있는 것이다.
심용환 역사 강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본적으로 고대사에는 국가·민족·영토 개념이 없다. 국가 개념은 서양에서도 18세기 이후, 우리나라에선 삼국통일을 전후해 생겨났다”며 “그런 개념이 없는 시대의 역사를 국가의 개념으로 나누어 지도에 표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는 우리나라,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연구하는 분야”라며 “삼국사기가 널리 읽히는 건 객관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국민일보 20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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