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6.01.07 00:00
몇 해 전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한 민간 단체에서 중국의 한 관리를 초청했다. 전도가 유망한 정치인이라고 하기에 친분을 쌓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식사 때가 돼 괜찮은 한식집을 잡았다.
저녁이다 보니 두 시간 가까이 식사가 이어졌다. 문제는 의자가 아닌 방바닥에 털푸덕 앉는 집을 고른 점이었다. 중국 관리를 수행한 다른 중국인들은 다리에 쥐가 나는지 모두들 쩔쩔매 모습이 역력해 이들을 초청한 한국측 인사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데 중국의 가장 중요한 손님인 그 관리는 꼿꼿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아주 태연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이것도 훈련입니다” 힘들더라도 남의 풍속에 따라 예를 갖추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자기 수양이라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현재 중국 최고인민법원 법원장인 저우창(周强)이다. 1960년생으로 60년대 출생한 정치인 중 유명 인사다. “앞으로 중국을 이끌 인물이 다르긴 다르구나”. 우리측 참석자들의 소회였다고 한다.
중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선출되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흔히 투명성이 부족하며 밀실 협상의 결과란 지적을 받는다. 지도자 선발이 공개적이지 않으며 보통의 경우 경쟁하는 세력 간의 타협으로 이뤄진다는 의심을 받곤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어떤 방식으로 선출되건 중국 지도부에 포진한 인사들의 능력이 한결같이 뛰어나다는 데 있다. 중국의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당성(黨性)과 능력, 태도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당성은 기본이다. 당 이념에 충실하고, 당 중앙과 자신의 입장을 일치시켜야 한다. 정작 문제는 능력과 태도다. 이 가운데 중국 관리들이 가장 목을 매는 게 능력 입증이라고 한다.
능력을 보이려면 자신이 쌓은 업적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에 입성하기 위해선 지방의 성(省)정부 수장을 포함해 장관급 자리를 최소 두 번 이상은 맡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고 또 인정받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시진핑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시진핑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 있던 2005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중국사회과학원 산하의 국정연구조사팀을 초청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저장의 경험’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프로젝트에 중국사회과학원 원장 등 무려 6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1년 반 뒤 나온 140여만 자에 달하는 보고서에선 저장의 발전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진핑 이름 석 자가 전국적으로 홍보된 건 당연지사다.
그 다음은 태도다. 업무 태도, 청렴도, 이미지 등 한마디로 사람 됨됨이에 대한 평가다. 야심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는 여기서 발목이 잡혔다고 한다. 그는 혁명가요 부르기인 창홍(唱紅)으로 당성을, 조폭 퇴치인 타흑(打黑)으로 능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 됨됨이가 문제였다. 가족의 부패와 살벌한 공안 정치로 원성을 사며 낙마했다. 이런 3박자 갖추기에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검증’이다. 중국은 초급 간부 때부터 공장과 지방, 중앙 부처 등 이런저런 자리를 돌게 하며 지속적인 검증을 실시한다.
이때 세 가지 사항을 눈여겨본다고 한다.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얼마나 꿰고 있느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좋은 예다. 지질 기술자로서 11년 동안 간쑤(甘肅)성 오지를 누비고 다니던 그가 중앙으로 발탁된 계기는 업무 브리핑이었다.
해박한 그의 설명에 쑨다광(孫大光) 지질광산부 부장은 원자바오를 ‘간쑤의 살아있는 지도(甘肅活地圖)’라 극찬했다. 두 번째는 창조성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동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국제성이다. 부상하는 중국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국제적 안목을 갖춰야 하는 것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시스템이 있기에 중국은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 우리도 참고할 게 있다. 제대로 된 검증이다. 마침 오는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출마하는 이들이 어떤 태도로 살아 왔는지 철저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몇 해 전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한 민간 단체에서 중국의 한 관리를 초청했다. 전도가 유망한 정치인이라고 하기에 친분을 쌓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식사 때가 돼 괜찮은 한식집을 잡았다.
저녁이다 보니 두 시간 가까이 식사가 이어졌다. 문제는 의자가 아닌 방바닥에 털푸덕 앉는 집을 고른 점이었다. 중국 관리를 수행한 다른 중국인들은 다리에 쥐가 나는지 모두들 쩔쩔매 모습이 역력해 이들을 초청한 한국측 인사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데 중국의 가장 중요한 손님인 그 관리는 꼿꼿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아주 태연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이것도 훈련입니다” 힘들더라도 남의 풍속에 따라 예를 갖추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자기 수양이라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현재 중국 최고인민법원 법원장인 저우창(周强)이다. 1960년생으로 60년대 출생한 정치인 중 유명 인사다. “앞으로 중국을 이끌 인물이 다르긴 다르구나”. 우리측 참석자들의 소회였다고 한다.
중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선출되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흔히 투명성이 부족하며 밀실 협상의 결과란 지적을 받는다. 지도자 선발이 공개적이지 않으며 보통의 경우 경쟁하는 세력 간의 타협으로 이뤄진다는 의심을 받곤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어떤 방식으로 선출되건 중국 지도부에 포진한 인사들의 능력이 한결같이 뛰어나다는 데 있다. 중국의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당성(黨性)과 능력, 태도의 3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당성은 기본이다. 당 이념에 충실하고, 당 중앙과 자신의 입장을 일치시켜야 한다. 정작 문제는 능력과 태도다. 이 가운데 중국 관리들이 가장 목을 매는 게 능력 입증이라고 한다.
능력을 보이려면 자신이 쌓은 업적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에 입성하기 위해선 지방의 성(省)정부 수장을 포함해 장관급 자리를 최소 두 번 이상은 맡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고 또 인정받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시진핑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시진핑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 있던 2005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중국사회과학원 산하의 국정연구조사팀을 초청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저장의 경험’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프로젝트에 중국사회과학원 원장 등 무려 60여 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1년 반 뒤 나온 140여만 자에 달하는 보고서에선 저장의 발전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진핑 이름 석 자가 전국적으로 홍보된 건 당연지사다.
그 다음은 태도다. 업무 태도, 청렴도, 이미지 등 한마디로 사람 됨됨이에 대한 평가다. 야심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는 여기서 발목이 잡혔다고 한다. 그는 혁명가요 부르기인 창홍(唱紅)으로 당성을, 조폭 퇴치인 타흑(打黑)으로 능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 됨됨이가 문제였다. 가족의 부패와 살벌한 공안 정치로 원성을 사며 낙마했다. 이런 3박자 갖추기에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검증’이다. 중국은 초급 간부 때부터 공장과 지방, 중앙 부처 등 이런저런 자리를 돌게 하며 지속적인 검증을 실시한다.
이때 세 가지 사항을 눈여겨본다고 한다.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얼마나 꿰고 있느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좋은 예다. 지질 기술자로서 11년 동안 간쑤(甘肅)성 오지를 누비고 다니던 그가 중앙으로 발탁된 계기는 업무 브리핑이었다.
해박한 그의 설명에 쑨다광(孫大光) 지질광산부 부장은 원자바오를 ‘간쑤의 살아있는 지도(甘肅活地圖)’라 극찬했다. 두 번째는 창조성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동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국제성이다. 부상하는 중국의 리더가 되기 위해선 국제적 안목을 갖춰야 하는 것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시스템이 있기에 중국은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 우리도 참고할 게 있다. 제대로 된 검증이다. 마침 오는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출마하는 이들이 어떤 태도로 살아 왔는지 철저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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