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6.01.11 10:48
지도자 교체는 어느 나라에나 모두 큰 변화를 수반한다. 민심이 바뀐 게 지도자 교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격변이 따르기 십상이다.
한데 중국의 권력 교체는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후에는 비교적 매끄럽게 굴러간다.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일까.
권력 교체와 관련해 우리는 부정의 역사, 중국은 긍정의 역사를 걷는다는 말이 있다. 역대 우리 대통령은 많은 경우 끝이 좋지 않았다. 이승만은 하야했고 박정희는 피살됐으며 전두환과 노태우는 옥살이를, 노무현은 투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 정치판엔 불행하게도 전임자를 밟고 일어서려는 묘한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자신을 키운 이를 배신하는 게 마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으로 착각한다.
반면 중국의 정치판에선 선대의 잘못보다는 그 업적을 앞세우기 일쑤다.
‘공(功)은 7이요 과(過)는 3이다(七分功勞 三分過失)’라는 말로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평가를 결론지은 덩샤오핑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선 후계자가 전임자의 노선을 높이 떠받드는 게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중국은 긍정의 역사를 걷는다는 말을 듣는다.
중국의 지도자 교체는 어떻게 긍정의 역사를 걷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거론할 수 있다.
하나는 권력의 승계 매커니즘이 ‘넘겨주는 쪽’의 시스템이지, ‘이어받는 쪽’의 체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에선 차기 지도자가 앞선 세대 지도부의 낙점에 의해 뽑히는 것이다. 선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노선에 가장 충실하고 또 자신들의 이익을 가장 잘 지켜줄 수 있으며 또 자신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인재를 선발해 대권을 넘겨준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정책의 연속성’과 ‘권력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는 말로 포장한다. 이에 따라 후계자는 자신의 정통성 근원을 전임자에 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대를 밟고 일어선다는 것은 자기 권력의 합법성을 부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자연히 ‘과거가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인식 하에 과거사의 공과 과를 한데 끌어안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대와의 차별화를 꾀하지 않는 건 아니다. 선대의 장점에 자신의 독창성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지도 이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중국이 지도자 교체에 있어서 긍정의 길을 걷게 되는 두 번째 이유는 ‘격대지정(隔代指定)’ 시스템에 있다. 격대지정이란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미리 낙점하는 방식이다.
중국에 ‘마누라는 남의 마누라가 좋을 수 있어도 아들과 후계자는 자기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장쩌민으로선 당연히 자신의 사람을 후계자로 삼고 싶었겠지만 덩샤오핑은 후진타오를 지정해 장쩌민의 독주를 막을 수 있게 했다. 시진핑 역시 격대지정에 의한 지도자 선발 원칙의 도움을 받았다.
후진타오의 직계는 현재 총리인 리커창(李克强)이다. 후진타오로선 리커창을 1인자로 밀고 싶었겠지만 이번엔 장쩌민의 후원을 받는 인물인 시진핑을 자신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정치 권력은 10년을 주기로 주인이 바뀌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자연히 집권 기간 자신의 권세가 영원할 것과 같은 전횡을 부리기 어렵다. 결국 과거를 부정하는 극단의 길 대신 과거와 타협하는 길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시진핑 시대의 뒤를 이을 차기 선두 주자로 후진타오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의 후춘화(胡春華) 현재 광둥(廣東)성 당서기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금도 100퍼센트 금이 없고 사람도 완전한 이가 없다고 한다.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이 격대지정의 원칙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온전하게 굴러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한데 중국의 권력 교체는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후에는 비교적 매끄럽게 굴러간다.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일까.
권력 교체와 관련해 우리는 부정의 역사, 중국은 긍정의 역사를 걷는다는 말이 있다. 역대 우리 대통령은 많은 경우 끝이 좋지 않았다. 이승만은 하야했고 박정희는 피살됐으며 전두환과 노태우는 옥살이를, 노무현은 투신으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 정치판엔 불행하게도 전임자를 밟고 일어서려는 묘한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자신을 키운 이를 배신하는 게 마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으로 착각한다.
반면 중국의 정치판에선 선대의 잘못보다는 그 업적을 앞세우기 일쑤다.
‘공(功)은 7이요 과(過)는 3이다(七分功勞 三分過失)’라는 말로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평가를 결론지은 덩샤오핑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선 후계자가 전임자의 노선을 높이 떠받드는 게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중국은 긍정의 역사를 걷는다는 말을 듣는다.
중국의 지도자 교체는 어떻게 긍정의 역사를 걷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거론할 수 있다.
하나는 권력의 승계 매커니즘이 ‘넘겨주는 쪽’의 시스템이지, ‘이어받는 쪽’의 체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에선 차기 지도자가 앞선 세대 지도부의 낙점에 의해 뽑히는 것이다. 선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노선에 가장 충실하고 또 자신들의 이익을 가장 잘 지켜줄 수 있으며 또 자신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인재를 선발해 대권을 넘겨준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정책의 연속성’과 ‘권력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는 말로 포장한다. 이에 따라 후계자는 자신의 정통성 근원을 전임자에 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대를 밟고 일어선다는 것은 자기 권력의 합법성을 부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자연히 ‘과거가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인식 하에 과거사의 공과 과를 한데 끌어안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대와의 차별화를 꾀하지 않는 건 아니다. 선대의 장점에 자신의 독창성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지도 이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중국이 지도자 교체에 있어서 긍정의 길을 걷게 되는 두 번째 이유는 ‘격대지정(隔代指定)’ 시스템에 있다. 격대지정이란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미리 낙점하는 방식이다.
덩샤오핑이 장쩌민(江澤民)을 중국의 제3세대 지도자로 확정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쩌민의 뒤를 이을 제4세대 지도자로 후진타오(胡錦濤)를 내정한 게 그 시작이었다.
중국에 ‘마누라는 남의 마누라가 좋을 수 있어도 아들과 후계자는 자기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장쩌민으로선 당연히 자신의 사람을 후계자로 삼고 싶었겠지만 덩샤오핑은 후진타오를 지정해 장쩌민의 독주를 막을 수 있게 했다. 시진핑 역시 격대지정에 의한 지도자 선발 원칙의 도움을 받았다.
후진타오의 직계는 현재 총리인 리커창(李克强)이다. 후진타오로선 리커창을 1인자로 밀고 싶었겠지만 이번엔 장쩌민의 후원을 받는 인물인 시진핑을 자신의 뒤를 이을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정치 권력은 10년을 주기로 주인이 바뀌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자연히 집권 기간 자신의 권세가 영원할 것과 같은 전횡을 부리기 어렵다. 결국 과거를 부정하는 극단의 길 대신 과거와 타협하는 길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시진핑 시대의 뒤를 이을 차기 선두 주자로 후진타오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출신의 후춘화(胡春華) 현재 광둥(廣東)성 당서기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금도 100퍼센트 금이 없고 사람도 완전한 이가 없다고 한다.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이 격대지정의 원칙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온전하게 굴러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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