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찾아가 보고온 건…
- 이곳이 위험한 이유
그렇게 첫날 탐사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고, 다음날.
오전 정조시간부터 탐사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또다른 복병을 만났습니다. 안개... 항구로 향할 때부터 자욱하게 깔려 10미터 앞도 잘 안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바다로 나가도 마찬가지. 하루 사이에 온통 안개 천지가 돼버린 상황, 참으로 오묘한 게 날씨, 그것도 해상 날씨였습니다. 현대 기술로 만든 이 배에는 그래도 GPS나 레이더도 있는데 7,8백년 전 배들은 어찌 했을까요.
전날 갔던 그 해역에 다시 도착,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습니다.
"이거 위험하겠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다른 배들이 안개 속에서 모르고 근처를 지나갈 수 있거든요./ 그래도 충돌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배끼리 충돌하지는 않겠지만 잠수했을 때 위험하죠. 산소탱크와 연결된 호스가 길게 주변으로 퍼지게 되는데 이걸 배가 잘못 지나가면 끊어버릴 수가 있거든요. 그러면 큰일 나는 거죠./아...."
오전에 한 시간, 오후에 한 시간, 날이 밝은 상황에서는 겨우 두 번 밖에 없는 정조시간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오전 8시쯤 잠수 시작... 그러고 잠시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갑판 위가 분주해졌습니다.
"야야, 어서 잡아당겨!"
취재팀만 영문을 모르고 있는 사이 다른 이들은 전원이 달려들어 잠수팀이 매달려 있는 호스를 다같이 잡아당겼습니다. 아직 시간은 괜찮은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데 아무튼 두 명 다 무사히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친 기색이 역력.
"무슨 일이었나요?/어휴, 정조시간이었는데 갑자기 조류가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 거예요. 이렇게 되면 바닥에서 몸을 못 가누고 거의 슈퍼맨처럼 떠서 흘러가버리게 되거든요. 큰일날 뻔했어요./... 자주 있는 일인가요?/가끔 있는 일이죠."
그렇게 오전 정조시간은 흘러갔고, 오후에는 다시 이어진 잠수 탐사에서는 다행히 별 일 없었지만 찾아낸 것도 없었습니다. 이틀 연속 허탕이었습니다.
- 뭐라도 찾아야…
잠수사 한 명이 들어가서 15분 정도 탐색한다면 어느 정도 넓이를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많이 봐도 겨우 배 주위로 반경 수십 미터 정도일테죠. 제보자는 "가의도 북동쪽인데 몇백미터 밖에 안 떨어진 곳이에요"라고 해도, 바다 위에서는 막막합니다. 물결은 계속 출렁출렁, 배는 흔들흔들, 더군다나 수심 30~40미터라, 조금만 방향을 다르게 잡아도 해저에서는 그 오차가 훨씬 더 벌어지겠죠.
이번에 탐사 목표지역은 2002년 한 도굴꾼이 고려청자 수십 점을 건져서 몰래 팔다 적발된 곳이었습니다.(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는 발굴하면 무조건 신고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불법, 다만 발굴에 대한 보상금은 현재 최고 1억원까지 지급한다고 합니다.) 이 도굴꾼은 이미 징역까지 살고 나온 뒤라고 하는데... 여기에 주변 어민들에 대한 탐문까지 거쳐 이 해역에 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출동했다는 거죠.
중간중간 생략한 여러 자잘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저는 일정상 그날 저녁 소득없이 철수했습니다. 이틀 동안 지켜본 바로는 앞으로 일주일 더 있는다고 해도 무언가를 건져낼 가능성이 낮아보였습니다.(그런데 저희 팀이 떠난 뒤 탐사팀은 위치를 옮겨 몇 차례 더 탐사를 해보고는 도자기 파편 몇 점을 건졌다고 합니다.)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뭐라도 있어야 할 텐데... 물어보니 마침 태안 안흥항 주변에 국립 해양문화재 연구소의 분소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까지 발굴해낸 문화재들을 공개하기 전에 보존 처리 작업을 하는 곳인데 여기서 뭐라도 찾아내야 했습니다...
결국 제가 찾아낸 건 베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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